MS“하나銀서 불법SW 사용” 고발… 수십억원 상당

  • 입력 2005년 3월 23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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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수십억 원 상당의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사용해 왔다며 하나은행을 서울 중부경찰서에 고소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MS와 체결한 계약서 조항을 공개하며 불법복제 주장을 일축했다. 은행 측은 MS에 대해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공개한 계약서는 ‘내부설치 사용을 위한 복제본: 등록계열사는 기업 내부에서 사용자들에게 배포하기 위해 등록계약하에서 사용 허락된 제품의 복제본을 필요한 수만큼 제작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경찰은 그동안 불법 소프트웨어에 대한 일제 단속에서 중소기업과 영세업체들이 적발되는 경우는 많았지만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연루된 일은 없었으며 단일 기업이 관련된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MS의 고소 내용=MS는 하나은행이 2002년 말 서울은행과의 합병 당시부터 최근까지 자사 보유 PC 1만2400대 가운데 7900대에서 사무용 소프트웨어인 ‘MS오피스’의 불법복제판을 사용해 왔다고 고소했다.

하나은행이 2001년 단품으로 해당 소프트웨어 1500부를 구입했으며 합병으로 PC 3000대에 대한 기업사용권 계약을 승계하는 등 PC 4500대에 대해서만 합법적 사용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

2년 전부터 “실제 사용하는 컴퓨터 대수에 맞게 정산을 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하나은행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지난해 11월 30일 사용권 계약이 만료된 뒤에도 불법 복제품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나은행의 해명=하나은행은 MS와 ‘기업단위 일괄계약(EA)’을 체결하고 이 계약에 따라 MS 측의 관리 아래 합법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계약 시점 이후 소프트웨어 사용자가 늘어날 경우 필요한 만큼 복제해 사용하고 차후에 이를 정산키로 한 것”이라며 “합병 이후 늘어난 컴퓨터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때 MS의 기술적 지원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은행 측은 “3년 단위의 30억 원 계약기간이 지난해 11월 말 끝남에 따라 정산을 해 주고 재계약을 하려 했으나 MS 측이 정산 요청은 하지 않은 채 사용료를 53억 원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며 “MS 측이 고소 이후에는 사용료 요구액을 95억 원으로 더 높였다”고 주장했다.

▽경찰 입장=경찰은 MS의 고발에 따라 하나은행 전산담당 실무자들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18일에는 이 은행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부행장보인 조모(40) 상무를 소환조사했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혐의를 포착하지 못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양측이 합의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계약서 내용, 소프트웨어 설치 경위 및 규모 등 범법 여부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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