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9월 19일 18시 1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초등학생밖에 안 되는 소녀들이 도대체 왜…그저 호기심 때문에 그랬을까요?’
인터넷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학부모들의 고민이다.
초등학생들이 인터넷의 음란물에 노출돼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하지만 이런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이제는 어린이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음란물이 온라인에 마구잡이로 유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 동영상의 ‘짙은 농도’는 웬만한 성인물과 다르지 않다.
▽실태=최근 온라인상에 급속히 퍼지고 있는 한 동영상. 화면 뒤로 보이는 가구와 책상, 의자 등은 이곳이 가정집 방 안임을 짐작하게 한다. 초등학교 5, 6학년생으로 보이는 여자어린이가 상의와 하의를 차례로 벗어 맨몸을 드러내는 낯 뜨거운 장면이 나왔고 나중엔 아예 얼굴까지 노출됐다. 네티즌들은 ‘진짜 초등학생 맞네’, ‘수고하셨다’는 등의 답글을 달았다.
이 같은 음란물은 최근 들어 인터넷에서 수백건이 검색되고 있다. 동영상엔 ‘초딩(초등학생을 이르는 인터넷 속어) 야동(야한 동영상)’, ‘화질 끝내줌’ 등의 선정적 제목이 달려 있다. 화면에 등장하는 어린이의 이름이 공개된 경우도 많다.
유혹에 빠질 위험은 인터넷 채팅에 익숙한 초등학생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다.
실제로 기자가 ‘13세 여자 초등학생’을 가장해 한 채팅 사이트에 접속하자 몇 분 지나지 않아 자신을 17세라고 밝힌 한 고등학생이 “캠(인터넷 캠코더) 있느냐”, “몸캠(서로 신체를 보여주며 하는 화상대화)을 하자”며 쪽지를 보내왔다.
취재팀은 ‘난 열세 살밖에 안됐다’고 답했지만 이 고등학생은 “그래도 상관없다”며 계속 음란 행위를 종용했다.
▽어떻게 만들어지나=동영상은 대부분 여자어린이와 성인 남성의 화상채팅에서 시작된다.
채팅 사이트에 접속한 남성들은 성에 대한 호기심은 충만하지만 아직은 판단력이 부족한 초등학생들을 유혹해 음란한 행동을 유도한다.
어린이들은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이 상대방의 카메라에 저장된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이를 알더라도 막상 자신의 모습이 인터넷에 유포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한다는 것.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 소장은 “드물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상대방에게서 사이버머니 등 용돈을 벌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캠코더로 편집된 동영상은 ‘P2P(개인간 파일공유방식)’를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간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가정용 인터넷 캠코더가 널리 보급된 1, 2년 전부터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해 최근 만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멍드는 동심, 누구 책임인가=거의 대부분의 어린이나 일부 성인들조차 이 같은 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많은 성인들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이 같은 일을 저지르고 있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음란물을 전시 유포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그러나 인터넷상의 불법행위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채팅이나 P2P 서비스 업체에 책임을 묻는 것도 실정법상 한계가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는 “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음란물 게시를 방조한 혐의가 없다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도 음란물을 게시하는 이용자에게 경고하거나 ID 정지 조치를 취하고 있을 뿐이다.
어 소장은 “부모들이 인터넷과 채팅에 대해 너무 무지해 이를 막지 못한다”며 “부모들이 조금만 인터넷에 대해 알고자 노력해도 큰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