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쥐에 아스피린 투여… 태어난 수컷 性능력 떨어져

  • 입력 2004년 5월 30일 17시 19분


간단한 알약으로 열을 내리게 하고 통증과 염증을 없애는 데 효과적이어서 전세계 ‘가정용 상비약’으로 인식되는 아스피린(화학명 아세틸살리실산). 최근에는 뇌중풍이나 심혈관계 질환뿐 아니라 여성의 유방암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일반인에게는 ‘만병통치약’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아스피린이 ‘임신한 쥐’의 자손에게는 부작용을 남겨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24일자 온라인판 뉴스에서 임신한 쥐에게 아스피린을 먹였을 때 태어난 수컷이 정상에 비해 성적 충동이 줄어들었다는 실험내용을 보도했다.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 연구팀은 쥐에게 임신기간인 2주간 매일 아스피린을 녹여 먹였다. 두통에 시달리는 사람이 하루에 한 번 섭취하는 것과 같은 양에 해당한다.

그러자 태어난 수컷의 경우 암컷을 봤을 때 교미하려고 달려드는 시간이 정상에 비해 2∼3배 길었다. 또 교미 시에 생식기 삽입과 정액 사정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아스피린이 다양한 효능을 발휘하는 이유는 체내에서 분비되는 생리활성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을 막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아스피린이 프로스타글란딘 한 종류(PGE2)의 양을 줄게 만든 것이 수컷 쥐의 뇌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쳐 성적 충동을 약하게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이번에는 갓 태어난 암컷에게 PGE2를 주입했다. 그러자 마치 수컷처럼 동료 암컷에게 달려들어 교미하려는 이상행동이 관찰됐다.

연구팀의 마거릿 매카티 박사는 “프로스타글란딘이 뇌의 발달과정과 연관이 된다는 점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상명대 생물학과 이성호 교수는 “아스피린이 혈액의 응고를 막는 효과가 있어서 출혈이 예상되는 위장장애가 있거나 수술을 앞둔 사람들은 복용이 허용되지 않았다”며 “이 목록에 임신부도 포함될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는 실험결과”라고 말했다.

또 그는 “사실 아스피린 외에도 프로스타글란딘의 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이 대단히 많다”며 “이들이 인간의 성행동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지 모를 일”이라고 덧붙였다.

독일 바이엘사의 한국지사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만도 시판 중인 아스피린 계열의 제품은 바이엘사 제품을 포함해 모두 9종”이라며 “이번에 정확하게 어떤 종류를 가지고 실험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