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해 위암 발생 억제법 발견

  • 입력 2004년 3월 4일 15시 17분


유전자 조작으로 위암 발생을 억제하는 방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국립독성연구원 남기택 박사(南基鐸·수의학)는 위장(胃腸)내에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 활성화돼서 위암이 발생할 때 생기는 특정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한 결과 위암 발생률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4일 밝혔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한국 성인의 90%가 감염된 채 생활하는 균. 감염 기간이 오래됐거나 맵고 짠 음식과 술을 많이 먹으면 이 균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산화질소(NO)가 대량 발생한다. 산화질소는 위장 내의 정상세포를 파괴시키고 시간이 지나면 위암을 일으키기 쉬운 것으로 잘 알려졌다.

남 박사는 동물실험에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활성화되면서 산화질소와 함께 'iNOS'라는 단백질이 함께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 다음 시약을 이용해 iNOS 단백질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결핍시키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의한 위암 발생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실험결과 iNOS 단백질을 억제하지 않은 채 암세포를 주입한 쥐는 72.7%, 단백질 억제한 뒤 암세포를 주입한 쥐는 31%가 위암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남 박사는 "iNOS 억제제는 실험용으로는 이미 나와 있지만 상용화 여부는 인체의 무해성을 따지는 다양한 실험을 거친 뒤 결정돼야 한다"며 "원리의 차이는 다소 있으나 싱싱한 야채도 억제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남 박사는 다음달 미국 올랜도에서 열리는 미국 암학회(AACR)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우수과학자상을 수상한다. 연구결과는 소화기질환 관련 의학전문지 '거트'(GUT)에 게재될 예정. 미국 암학회에는 매년 3만 여명의 암전문가들이 모여 90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자리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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