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형아검사 맹신 금물…혈액 3중검사 정확도 60%

  • 입력 2004년 2월 15일 17시 39분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임산부가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다. 초음파 검사로 알 수 있는 심장기형이나 사지기형의 경우 20% 정도에 불과하다.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임산부가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다. 초음파 검사로 알 수 있는 심장기형이나 사지기형의 경우 20% 정도에 불과하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사는 주부 배모씨(30)는 최근 동네병원에서 다리는 짧고 발꿈치가 하늘을 바라보는 기형아를 출산했다. 배씨는 "병원에서 초음파검사 등 각종 기형아검사를 다 받았고 담당의사로부터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억울해 했다.》

각종 산전 검사법이 발달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기형 여부를 알 수 있는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피검사를 통한 염색체 이상 발견은 60%, 초음파를 통한 기형아 발견도 20∼80% 정도다.

그러면 기형아 검사는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많은 임신부들이 조금이라도 태아에 이상이 있으면 유산시켜 버리는 경향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기형아 출산은 늘기 때문이다.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에서 1996년부터 3년간 이 병원에서 태어난 신생아 2만4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선천성 기형은 96년 4.2%에서 98년 6.1%로 늘었다.

▽건강한 임신부라면=임신 중기 혈액검사(3중검사)와 초음파검사가 주된 방법. 임신 16주에 하는 혈액검사로 다운증후군과 같은 염색체 이상 환자 중 60% 정도는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검사결과 염색체 이상으로 나와도 실제로는 아닌 경우가 95% 이상이다. 따라서 이럴 경우 16∼18주 양수검사를 통해 정밀 염색체검사를 받는다. 검사결과는 2주 정도 걸리지만 99.9% 정확하다.

만약 이 시기를 놓치면 태아의 탯줄에서 혈액을 뽑는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검사결과는 1주일 정도 걸린다. 대신 검사를 받을 경우 1% 정도 유산 위험이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임신 초기 1회, 임신 18∼22주 1회, 임신 32∼34주에 1회의 초음파검사를 권장한다. 초음파검사로는 중추신경계 기형부터 사지 기형까지 수백가지의 기형을 진단할 수 있지만 기형아 진단율은 천차만별이다.

국내에선 초음파로 중추신경계와 목 부위 기형을 발견할 확률이 80% 정도로 높다. 반면 심장 기형이나 사지 기형, 얼굴부위 기형, 염색체 이상 등에 대한 진단율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고위험 산모라면=35세 이상이고 기형아를 분만한 경험이 있거나 유전질환 가족력이 있는 임신부는 임신 20주 전후로 정밀 초음파검사를 추가로 받는다. 정밀 초음파란 전문의가 태아의 각종 장기를 자세히 보면서 진단하는 것으로 일반 초음파에 비해 비용이 2배 이상 비싸다.

최근엔 고위험 임신부를 대상으로 임신 초기에 염색체 이상을 검사하는 방법이 많이 개발됐다. 유산의 위험은 있지만 임신 10∼12주에 초음파를 이용해 태반조직의 일부를 채취한 뒤 염색체를 분석하는 ‘융모막 검사법’이 있다.

안전한 방법으로는 임신 11∼12주에 태아의 목덜미 피부 두께를 초음파로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이외에 임신 10∼13주에 혈액검사(2중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들 검사로는 기형아를 발견할 가능성이 낮지만 다른 검사와 같이 받으면 아무래도 확률은 높아진다.

▽태아가 기형이라면=기형의 중증도, 치료 가능성, 진단 시기 및 사회적 배경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된다. 만약 태아에게 치명적이거나 중증의 기형으로 치료방법이 없고 생존 가능성이 없다면 임신중절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경증이거나 치료방법이 있는 기형이면 임신중절은 종교, 윤리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기형아검사에서 이상이 나타났다고 무조건 유산부터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기형아 중 손발기형, 심장기형, 콩팥기형, 언청이 등은 완치가 가능하다.

기형아 출산 여부에 대해선 각 대학병원의 모성태아의학과나 유전학을 담당하는 의사에게 상담을 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도움말=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이필양 교수,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양재혁 교수,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장진범 교수, 가톨릭대 의정부 성모병원 소아과 김영훈 교수)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임산부가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다. 초음파 검사로 알 수 있는 심장기형이나 사지기형의 경우 20% 정도에 불과하다.동아일보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