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터넷]"폭력-유해정보 없는 온라인 세상 만들자"

  • 입력 2003년 4월 15일 18시 10분


코멘트
‘더 이상 인터넷을 쓰레기 집하장 상태로 방치할 수 없다.’ 15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건강한 인터넷‘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어린이전용 메일서비스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안철민기자
‘더 이상 인터넷을 쓰레기 집하장 상태로 방치할 수 없다.’ 15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건강한 인터넷‘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어린이전용 메일서비스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안철민기자

“인터넷 사용자인 ‘네티즌’의 의미를 다시 새겨봐야 할 때다. 네티즌은 네트워크와 시티즌이 결합된 말로서 온라인상에서의 시민을 뜻한다. 오프라인에서 시민이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듯, 네티즌 또한 사이버 공간에서 나름대로의 규범을 가지고 질서를 지키며 공동생활을 해야 한다.”

15일 열린 ‘건강한 인터넷’ 선포식에서 기간통신사업자를 대표해 발언한 KT 이용경(李容璟) 사장은 이같이 말했다.

김학준(金學俊) 동아일보사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지역과 계층 세대의 화합을 이뤄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며 “누구나 인터넷에 익숙해져야만 생활이 가능한 시대에 오용사례가 없는 건강한 인터넷을 마련해야 이 숙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영식(朴煐植)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위원장은 축사에서 “건강한 인터넷은 네티즌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며 “인프라가 갖춰진 다음에는 양질의 내용이 그 안에 담겨야 하고, 내용 중에서도 수준 높은 것들만 가려보는 네티즌들의 안목과 수준이 인터넷을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축사에 이어 공동주최 15개사가 함께 제작한 15분 분량의 동영상물에서는 한국 인터넷의 발전사를 간략하게 보여준 뒤 인터넷으로 인한 부작용과 부작용이 해소된 뒤의 ‘건강한 인터넷’을 명료하게 묘사해 참석인사들의 갈채를 받았다.

마지막 순서인 ‘건강한 인터넷’ 선포문 낭독에서 학부모정보감시단 주혜경(朱蕙璟) 단장은 “△불법 스팸메일과 유해정보를 감시 차단하고 △비방 명예훼손 등 사이버 폭력을 배격하고 △사이버중독 개인정보침해 등 인터넷 역기능 해소를 위해 노력해 인터넷 세상에 자율적인 규범과 질서의 꽃이 활짝 필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주요인사 발언 요지 ▼


15일 ‘건강한 인터넷’ 선포식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사이버 공간의 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는 한편 인터넷의 건강함을 회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다음은 주요 인사 발언 요지.

▽김학준 동아일보사 사장=동아일보의 창간 행사로 기획한 건강한 인터넷 캠페인에 이렇게 많은 기업과 단체가 참여한 데 대해 감사드린다. 인터넷은 이제 새로운 생활양식이다. 한국의 인터넷 사용은 세계 정상급이지만 잘못 쓰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인터넷이 사회적 화합을 가져오기는커녕 갈등과 편견을 증폭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건강한 인터넷’ 운동은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화합과 평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다. 이 운동은 인터넷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라고 본다. 운동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널리 확산되고 뿌리내리도록 하겠다.

▽박영식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위원장=한국은 인프라면에서는 이미 정보 강국이다. 그러나 정보망에 어떤 정보가 흐르고 있느냐가 인프라보다 더 중요하며 인터넷을 이용하는 네티즌의 수준은 그보다 더욱 중요하다. 이 분야에서 강국이 돼야 진짜 강국이다. ‘건강한 인터넷’ 캠페인의 궁극적 목적은 네티즌의 정보선택 안목을 높이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또 인터넷의 정보가 청소년들의 의식을 형성하고 사고를 지배하며 행동을 결정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얼마나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느냐는 우리의 인터넷이 얼마나 건강한가에 달려 있다.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구호가 들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역작용을 걱정하는 시기가 왔다. 그만큼 빨리 기반을 갖췄다는 뜻일 것이다. 난 낙관론자다. 건강한 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인터넷이 반드시 건강해질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걸리면 안 되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 네살, 여섯살짜리 아들 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이 유해정보에 노출될 나이가 되기 전에 인터넷의 건강이 회복되어야 한다. 이 같은 개인적 사정 때문에라도 캠페인에 적극 동참해 인터넷의 건강성을 되찾는 시기를 앞당기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선포식 참석자 ▼

△동아일보사 김학준 사장 △동아닷컴 정구종 사장 △KT 이용경 사장 △드림위즈 이찬진 사장 △NHN 이해진 공동대표이사 사장 △SK커뮤니케이션즈 서진우 사장 △영진닷컴 이문칠 회장 △프리챌 우지형 사장 △하나로통신 이인행 대표이사 △하나로드림 안병균 사장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주현 부사장 △하나로드림 김철균 상무 △데이콤 조채연 상무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구환 이사 △야후코리아 한희철 이사 △네오위즈 송관용 CFO △개발연구협의체 건강한 인터넷운동 박태상(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준비위원장 △정보보호실천협의회 정태명(성균관대 교수) 의장 △학부모정보감시단 주혜경 단장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 소장 △한국사이버감시단 공병철 단장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박영식 위원장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정도병 사무총장

▼이용경 KT사장 "정보의 바다 정화 모두 나서자" ▼

이용경 KT사장

올 1월 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마비되는 불통사태가 있었다.

인터넷이 두절된 것은 반나절에 불과했는데 일부 젊은이들은 인터넷 금단 현상까지 느꼈다고 한다. 세 집 걸러 두 집꼴로 초고속인터넷을 쓰는 한국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인터넷을 잠시 쓰지 못한 것 가지고 대란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면서 웬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터넷이 일상생활을 비롯해 금융업무, 전자상거래, 공공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초고속인터넷 강국이다. 이는 향후 ‘21세기 정보기술(IT) 패러다임’에서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원천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건강성 측면을 보면 인터넷 강국 한국의 위상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초고속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사이버 테러, 해킹 및 정보유출, 스팸메일, 정보 격차 등의 역기능이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역기능의 심각성은 인터넷의 편리함을 크게 위협할 정도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해 인신공격과 욕설로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나날이 늘고 있다. 어린아이에게까지 음란·폭력물을 무차별적으로 보내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전체 인터넷 메일 중 80% 이상이 스팸메일로 추정될 정도로 유해정보의 폐해도 급증하고 있다.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유출시키는 심각한 범죄행위인 해킹의 발생 건수는 작년에 1만5192건으로 전년에 비해 3배나 늘었다.

새로운 형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낳고 있는 정보격차 문제는 또 어떤가. 정보격차의 심화는 사회적 불평등과 구성원간 분열을 불러 사회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시대가 바뀌고 패러다임이 바뀜에 따라 규범과 질서도 변한다.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데도 사회적 질서를 지키는 일이 중요해졌다.

정보화 역기능을 없애려면 지금처럼 인터넷 공간에 아무나 들어와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사회적 통념이 변해야 한다. 그동안 인터넷의 대중화를 위해 인터넷의 자극적이고 불법적인 부분들을 적당히 용인해 온 관행도 고쳐야 한다.

정부, 기업, 네티즌이 힘을 합쳐 인터넷 정화운동에 나서면 인터넷은 유용한 생활의 도구이자 건강한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서 본연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기준과 규칙을 새로 정립하고, 정보격차 해소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민간 기업들도 인터넷 대란과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한 정보보안 체계를 갖추는 동시에 스팸메일, 음란정보 등 유해정보 차단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네티즌들의 관심과 노력이다. 정보를 만드는 사람들의 자정 노력과 네티즌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야말로 인터넷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한국 네티즌 파이팅!

▼'건강한 인터넷' 운동 선언문 ▼

우리는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자 새로운 생활환경인 인터넷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켜 나갈 것을 선언한다.

각종 역기능에 멍들고 있는 인터넷은 이제 본연의 건강성을 회복해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유용한 도구로 거듭나야 한다.

네티즌, 기업 및 단체, 정부기관, 언론 등을 대표해 모인 우리는 이를 위해 인터넷의 역기능을 감시하고 해소하는 ‘건강한 인터넷’ 운동에 나설 것을 천명한다.

건강한 커뮤니케이션을 가로막는 불법 스팸메일을 감시 차단하고 범람하는 유해 음란 정보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데 앞장서려 한다.

인터넷 비방, 명예 훼손 등 모든 형태의 사이버 폭력을 배격하고, 사이버중독 사이버테러 개인정보침해 등 인터넷 역기능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인터넷 세상에 자율적인 규범과 질서의 꽃이 활짝 필 수 있도록 건전한 인터넷 시민의식 정착에도 기여할 것을 다짐한다.

우리는 밝고 건강한 인터넷 문화야말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는 인식 아래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우리의 자녀들이 밝고 건강하게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도록 건강한 인터넷 환경 만들기에

앞장선다.

1. 불법 스팸메일, 음란정보, 사이버 폭력 등 인터넷상의 유해정보와 역기능을 감시하고, 해소 방안 마련에 적극 노력한다.

1. 수준 높은 인터넷 문화의식과 시민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인터넷의 주인인 네티즌과

함께 범사회적인 실천운동을 벌인다.

건강한 인터넷

국민운동본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