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특허大賞’ MP3 세계 최초 개발한 엠피맨닷컴社

  • 입력 2002년 12월 3일 18시 05분


“특허 대상을 받으면 뭐합니까. 시장점유율이 형편없는데 이런 상을 탄다고 좋아하기도 민망합니다.”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 엠피맨닷컴(대표 문광수)이 특허청 주관의 특허기술대전 대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이 회사 직원의 한숨 섞인 소감이다.

엠피맨닷컴은 97년 세계 최초로 MP3 플레이어를 개발, 한국을 이 제품의 종주국으로 만든 ‘1등 공신’. 제품 개발에만 1년을 투자한 이 회사는 업적을 인정받아 4일 올해 특허기술대전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는다. 그러나 회사 분위기는 그다지 밝지 않다. 무엇보다 제품에 대한 내수시장의 반응이 냉랭하다.

300억원 규모의 국내 MP3 플레이어 시장은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의 ‘옙(YEPP)’ 시리즈가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 디지털웨이나 거원시스템 등 중소기업에도 밀려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간신히 10%를 맴돌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이 얼마전 실시한 MP3 플레이어 브랜드 인지도 평가에서는 후보군에도 끼지 못했다.

회사의 기운을 더 빠지게 한 것은 50여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와의 지루한 특허권 침해 소송. 1년6개월 동안 계속된 법정싸움은 제품 1개에 30원의 로열티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됐지만 여기에 빼앗긴 시간과 금전적 피해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치명적이었다. 동종 업체들로부터 인심도 잃었다.

경영사정이 악화되면서 이 회사는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사무실을 내놓고 내년 2월 구로동으로 옮길 계획이다.

엠피맨닷컴은 이에 대해 “갖은 고생 끝에 시장을 개척했더니 과실은 후발업체들이 따먹었다”는 하소연이다. 또 광고와 물량공세를 펴는 대기업 앞에서 중소기업이 당해낼 재간이 없더라는 것. 그러나 이 회사는 최근 “1등 공신이라는 감투와 보상심리를 털어 버리겠다”는 고백과 함께 수출 확대를 모색하는 등 재기에 나섰다. 후발업체들처럼 디자인이나 영업, 마케팅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새 제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의 ‘기술 자만심에 묶여 있다 마케팅과 사업에서 실패한 측면은 없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다짐이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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