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PC ‘태블릿’ 11월 세계시장 클릭

  • 입력 2002년 9월 24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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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가 없다. 펜과 종이 대신 모니터를 들고 다닌다.’

데스크톱PC와 노트북PC를 대체할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인 ‘태블릿(Tablet)PC’가 드디어 11월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판매된다.

그동안 후지쓰 소니 IBM 등 일부 회사에서 태블릿PC를 간헐적으로 선보이기도 했지만 문자 인식의 한계 등으로 지금까지 판매량은 극히 적었다. 소니 IBM은 사업을 슬그머니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XP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운영체제(OS)를 내놓으면서 그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자 많은 PC 회사들이 새 제품을 계획하고 있는 것.

▽사람 있는 곳으로 PC가〓‘왜 사람은 PC작업을 한자리에 앉아서 해야만 하는가.’ 태블릿 PC는 개인휴대단말기(PDA)와 비슷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PDA 화면이 휴대전화 단말기보다 조금 큰 수준이라면 태블릿 PC는 A4용지 크기다. 여기에다 키보드를 없애고 모니터에 중앙처리장치(CPU)를 설치, 전자 펜으로 글씨를 써넣도록 하는 방식도 같다.

제조사에 따라 방식은 달라질 수 있지만 평소에는 키보드가 앞에 달려있는데 필요하면 모니터만 뚝 떼어내 이동하면서 전자 펜을 사용한다. PDA가 작은 화면으로 인터넷을 쓰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에 부닥쳐 휴대전화에 좀더 가깝다면 태블릿PC는 컴퓨터다.

▽필기하듯이 PC를 쓴다〓이번에 MS는 전자 펜의 한계로 지적돼 온 문자인식률을 높였다. 디지털잉크가 화면에 먹으면 이를 점으로 인식하는 방식이라 “사람이 식별할 정도로 쓰기만 하면 다 인식된다”는 것이 MS의 설명. 현재 인식 가능한 언어는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다.

그러면 사람들은 글자만 쓰는가? 낙서도 하고 글 중간에 새로 생각난 구절을 적어 넣기도 한다. 이 같은 사람들의 필기습관을 고스란히 PC에 적용한 것이 태블릿PC. 예를 들어 ‘당신을 사랑해’라는 문구를 하트 모양으로 썼을 경우 이를 그림으로 인식해 그대로 저장시킨다.

가로로만 화면을 쓰는 게 아니다. 모니터를 세로로 세우면 OS가 세로에 맞게 바뀐다. 음성으로 인식되는 태블릿PC도 개발될 예정.

MS의 알렉산드리아 롭 부사장은 “컴퓨터는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뛰어넘었다. 페이퍼가 없는(paperless) 시대를 넘어 데스크가 없는(deskless) 시대가 올 것”이라며 “앞으로 5년 안에 노트북PC, 데스크톱PC를 태블릿PC가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떤 제품 나오나〓후지쓰 도시바 HP 에이서(대만) 레전드(중국) 필립스 등에서 제품을 내놓기로 했다. 제조회사마다 모양과 사양은 조금씩 다를 전망.

후지쓰는 펜티엄Ⅲ 모바일 프로세서를 얹은 무게 1.4㎏ 두께 1인치의 가벼운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모니터 외부의 거치대에는 여러 개의 접속 장치가 있어 키보드 마우스 DVD CD롬 등을 연결할 수 있다. 에이서사처럼 모니터가 회전하는 경우도 있다. HP는 9월 말 싱가포르에서 태블릿PC 신제품 발표회를 열 예정이다.

이들은 대체로 무선 랜이 기본으로 장착될 것으로 보이지만 경우에 따라 옵션으로 돌릴 가능성도 있다. 판매가는 최고급 노트북PC와 비슷한 2000∼3000달러(약 250만∼375만원)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태블릿PC가 기존 노트북PC와 데스크톱PC를 대체하게 되면 침체중인 세계 PC업계에 적잖은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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