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이버증권 高手’ 도덕성 도마에

  • 입력 2002년 9월 23일 18시 02분


【‘인터넷 증권정보 사이트의 자기 정화 노력이 절실하다.’ 델타정보통신 주가조작 사건에 증권정보 사이트 팍스넷 소속 사이버 애널리스트들이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이버 애널리스트의 도덕성 문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대부분 증권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른바 사이버 고수들은 종목을 추천할 때 어떤 규제도 받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불법 정보를 유통할 수 있기 때문.

증권정보 사이트의 획기적인 자정 노력이 없는 한 비슷한 사건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아무나 고수(高手)〓한국 증시에서 사이버 고수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자격 조건은 아무것도 없다. 누구나 사이버 고수로 활동할 수 있다는 이야기.

사이버 애널리스트의 수도 엄청나다. 업계에 따르면 증권정보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이름 있는 사이버 고수만 약 200여명, 사이버 고수를 자처하는 활동가는 5000여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은 인터넷 증권정보 사이트에서 유료로 투자 정보를 제공한다. 이 많은 사이버 고수의 보고서를 증권정보 사이트가 제대로 감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팍스넷도 마찬가지. 팍스넷에 유료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버 고수는 무려 180여명, 동호회를 개설한 사이버 고수는 수천명에 이른다. 직원수 70여명의 팍스넷이 이들의 활동을 제대로 감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정 노력 필요〓규제가 없으므로 사이버 고수들이 불법 행위를 해도 막을 길이 없다. 이들 가운데에는 자신이 사놓은 종목의 주가를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특정 종목을 추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달 한 사이버 고수가 특정 종목 매수를 추천해놓고 정작 자신은 그 종목을 팔아 이익을 챙겼다가 금감원에 적발됐다.

그러나 증권정보 사이트들은 불법 행위를 감시할 능력도, 의지도 부족한 상황이다.

한 인터넷 증권정보 사이트 관계자는 “주가 예측을 화끈하게 잘 하는 사람, TV나 언론을 통해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면 일단 믿고 고용할 수밖에 없다”며 “도덕성이나 책임감까지 검증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사이버 고수 1세대로 꼽히는 골드마인 박동운 소장(필명 보초병)은 “사이버 고수도 투자자들에게 특정 종목을 추천하는 한 당연히 도덕적 의무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인터넷 정보제공 사이트들이 제대로 된 감시 기능을 갖추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업계 전체가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사이버 애널리스트 비교
 증권사 애널리스트사이버 애널리스트
소속증권사대부분 자유활동. 인터넷 주식정보사이트에 소속돼 있거나 본인이 직접정보 사이트 개설
주요 고객기관투자가개인투자자
분석방법펀더멘털 분석이 주류차트 분석이 주류
분석 종목대형 우량주 위주소형주 위주. 관리종목도 분석 대상
실명 사용여부실명대부분 필명 사용. 몇몇 유명 애널리스트만 실명과 필명 함께 사용
도덕성검증 방법-공정공시 대상. 추천 종목을 본인이나배우자가 갖고 있는지 밝혀야 함-각 증권사가 내부 감시체제를 두고다양한 방식으로 규제-공정공시 대상 아님. 추천 종목을본인이 갖고 있는지 밝힐 의무 없음-전적으로 애널리스트 개인의 도덕성에 의지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