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탄산음료 마신뒤 물로 입 헹구세요

  • 입력 2002년 6월 23일 17시 42분


《홍콩에서 발행되는 경제전문일간지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최근 미국의 소비자단체들이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를 만드는 식품업체를 담배회사와 같이 건강을 해치는 기업집단으로 규정하고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의회도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 등에 대해 세금을 추가하거나 경고문을 붙이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패스트푸드에 비해 탄산음료의 해독이 덜 알려져 있지만 의학자들은 탄산음료가 치아 손상, 비만, 뼈 손실 등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탄산음료의 산(酸)과 카페인, 당분 성분이 인체에 해를 끼친다는 것.

더구나 미국의 식품회사들이 한국내에서 판매하는 탄산음료는 미국내 소비 제품에 비해 산도(酸度)가 높고 당분이 많이 들어 있다. 수소이온농도지수(pH)는 수치가 낮을수록 산성이 강해지고 높을수록 알칼리성이 강해진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2000년 조사 결과 미국에서 판매되는 사이다류의 pH가 3.3인데 비해 국내 판매 제품은 2.6∼3.2로 나타났다. 이 정도의 산성도는 위산(pH 1.0)보다는 약하지만 식초(3.0)와 비슷한 강한 산성을 띠고 있는 것이다.》

▼탄산음료는 치아의 적(敵)▼

치아는 사기질(법랑질)이 상아질을 싸고 있는데 사기질은 수정(水晶)과 비슷한 경도(硬度)를 갖고 있는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다. 이 사기질은 산(酸)에 약하다.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은 사기질은 탄산음료의 산 때문에 곧바로 상하거나 충치를 일으키는 무탄스균이 당분을 먹은 뒤 배출한 산 때문에 상한다고 경고한다.

이에 대해 식품회사들은 “탄산음료를 마셔도 침이 중화하고 또 입안에 머무르지 않고 치아를 스칠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치과의사들은 “탄산음료가 치아를 손상시킨다는 연구결과는 수없이 많다”면서 특히 탄산음료를 지나치게 자주 마시거나 자기 직전 음료수를 마시고 이를 닦지 않으면 치아가 손상되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원광대 치대 이광희 교수가 올봄 ‘대한소아학회지’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치아를 탄산음료에 담갔을 때 경도가 급속히 떨어지며 이를 다시 인공타액에 담가도 경도가 이전처럼 회복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은 찌게, 뼈는 약하게▼

지난해 ‘알래스카 원주민 건강 컨소시엄’은 원주민들의 충치와 당뇨병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청량음료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또 당뇨병을 치료하는 의사들 사이에서는 ‘맥도날디제이션과 코카콜로나이제이션’이란 말이 통용되고 있다. 즉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의 급속한 보급이 비만을 부르고 당뇨병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2000년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청소년이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골절 위험이 3∼5배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당시 의학자들은 ‘그럴줄 알았다’는 반응이었지만 식품회사들은 “탄산음료의 어떤 성분이 뼈를 약하게 하는지 어떤 과학적 증거도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의학자들은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면 최소한 우유를 적게 먹게 돼 뼈가 약해진다고 설명한다.

특히 콜라에 많이 들어있는 인산염을 과잉섭취하면 몸에 필요한 칼슘 철분 아연 등이 몸안에 흡수되지 않고 빠져나가며 아이들은 공격적으로 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의사들은 또 탄산음료에 많은 카페인이 당뇨병 고혈압 불면증 요로결석 등의 환자에게는 독(毒)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뉴욕대 연구팀은 최근 날씨가 덥다고 탄산음료를 마시면 카페인이 이뇨작용을 촉진시키고 배가 부른 느낌 때문에 오히려 탈수현상이 더 심해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음료회사들의 반박▼

탄산음료 섭취와 어린이들의 건강과는 무관하다는 연구결과도 수없이 많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는 충치와 탄산음료 소비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서 국내의 일부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의학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산음료가 해롭다는 연구결과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4월 미국의 일간신문 워싱턴포스트가 어린이의 탄산음료 섭취가 해롭다는 특집기사를 잇따라 내보내자 미국 카토연구소의 스티븐 밀로이 박사는 “청량음료가 어린이에게 해롭다는 어떤 증거도 없으며 신문은 청량음료의 무해성을 입증하는 연구결과를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장문의 기고문을 투고했고 이 기고문은 국내의 일부 신문에도 소개됐다.

그러나 본지 취재팀의 확인 결과 밀로이 박사는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의 지원을 받는 단체의 경영자로 활동하는 등 의학자들 사이에서 ‘사이비 과학자’로 비판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탄산음료를 전혀 마시지 않을 수는 없을지라도 섭취량은 줄이는 것이 좋다. 또 치아는 산(酸) 때문에 화학적으로 약해졌을 때 곧바로 칫솔질을 하면 마모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탄산음료를 마시고 나서는 곧바로 물로 헹구어 산성 음료가 입에 남아 있지 않도록 한 다음 1시간 뒤 양치질을 하도록 한다.

밤에 자기 전에는 어떤 청량음료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산성이 강한 음료를 1시간에 2회 이상 마시든지, 천천히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간니가 자라는 6∼8세 때에는 사기질도 완벽하지 않아 치아가 청량음료에 조금만 노출돼도 손상될 수 있으므로 부모는 아이에게 가급적 마시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치아 외에 다른 인체 건강을 위해서는 가급적 탄산음료 대신 물을 많이 마시도록 한다.

(도움말〓이원균 서울시치과의사협회 공보이사,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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