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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9일 22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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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성(性) 에너지인 리비도도 하향곡선을 그리게 마련. 리비도가 떨어지면서 만사에 무기력해지고 결국은 '고개숙인 남자' '등돌리는 여자'가 되기 쉽다.
여성은 폐경을 경험하는 50세 전후부터 이같은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 남성은 여성보다 조금 빠른 40대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임상 전문의들의 견해.
남성 호르몬의 분비량이 줄면서 근력이 떨어지고 성욕이 감퇴한다. '파담'(PADAM) 또는 '안드로포즈'(Andropause)라고 불리는 남성 갱년기 증상은 여성의 폐경 증후군과 마찬가지로 노화현상의 일종. 그러나 최근에는 치료의 대상으로 여기고 호르몬 대체요법 등으로 '극복'하려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 임승길 교수와 서울 강남 포르테비뇨기과 김영찬 원장의 도움으로 남성과 여성의 호르몬 치료법을 소개한다.
▼男 : 혈액진단후 알약으로 치료
남성호르몬은 성장기에는 남성(男性)을 만들고 장년기에는 남성 기능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몸속에서는 콜레스테롤을 원료로 디하이드로에피안드로스테논(DHEA)과 앤드로스텐다이온, 테스토스테론 등의 남성호르몬이 차례로 만들어진다. 특히 테스토스테론은 20대에 가장 많이 분비되다가 노화가 시작되는 35세를 전후로 감소하기 시작해 40∼55세 때는 분비량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줄면 성욕이 감퇴하고 발기 부전 증세가 나타난다. 여성호르몬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면서 가슴이 커지고 팔다리가 가늘어진다. 또 근육이 줄고 배가 나오며 뼈가 약해져 골절상을 당하기 쉽다. 쉽게 지치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진다.
남성호르몬 결핍증은 피 검사로 진단한다. 남성호르몬 분비량이 가장 왕성한 오전 중에 하며 잠자리에서 일어난 뒤 2시간 안에 검사받는 것이 좋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많은 전문의가 증상이 심한 남성은 호르몬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피 검사 결과 남성호르몬 수치가 350ng/dl(1데시리터당 350나노그램) 이하로 떨어진 사람에게는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해주어야 한다는 것. 치료제는 알약과 패치, 주사 외에도 바르는 겔 형태 등 다양하다. 알약은 간독성 문제, 패치는 피부자극 등의 부작용이 있지만 최근에는 간독성이 없는 알약이 시판되고 있고 피부에 자극을 주지않는 매트릭스 형태의 패치제도 개발되고 있다.
전립선(전립샘) 질환을 가진 사람은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증세가 악화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호르몬 치료를 받는 남성은 3개월마다 전립선 및 혈액 검사를 통해 치료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
▼女 : 에스트로겐 보충법 보편화
폐경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줄면서 배란이 안되다가 결국 월경이 사라지는 현상으로 여성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폐경으로 인한 급성 증상으로는 △머리 얼굴 가슴 등이 붉어지면서 열이 나는 홍조증 △질벽이 얇아지고 탄력성이 사라지며 건조해지는 질 위축증과 마름증 △잦은 소변과 요실금, 방광염 등 요로계 증상 △신경과민 성욕감소 우울증 등 정신적 변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심혈관계 질환이나 골다공증(뼈엉성증), 알츠하이머병 등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이 같은 증상을 고치는 데 사용되는 여성호르몬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에스트로겐을 장기간 복용하면 자궁내막암에 걸릴 위험이 4∼8배 올라간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한동안 기피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프로게스테론을 같이 투여하면 자궁내막암에 걸릴 위험이 줄어든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보편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받았다. 또 에스트로겐은 질 마름증을 개선시키고 성욕을 증가시키며 성교의 만족도를 올려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호르몬 약제는 알약과 주사제, 패치 크림제 등 다양한 형태로 시판되고 있다. 알약은 먹기에는 편하지만 흡수과정에서 처음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주사제는 체내에서 에스트로겐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전문의들은 에스트로겐 호르몬을 복용하는 여성은 정기적으로 유방암과 자궁내막암 검사를 받아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으며 자가 판단에 따라 건강보조식품 등을 복용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한다.
차지완 기자 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