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알코올이 기억장치 융단폭격때 '필름'끊겨

  • 입력 2002년 5월 19일 17시 16분


만취하면 왜 ‘필름’이 끊기고 주사(酒邪)를 할까?.

알코올은 위에서 10%, 소장에서 90% 정도 흡수돼 핏줄을 타고 온 몸을 돈다. 혈중 알코올은 간에서 분해되는데 간에서 감당하지 못하면 알코올은 온 몸의 장기를 융단폭격하게 되며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

뇌에는 이물질의 침입을 막는 방어체계가 있지만 알코올을 비롯한 지용성(脂溶性) 물질은 이를 쉽게 통과한다.

각기 독특한 기능을 하는 뇌의 부위는 연관작용을 하는데 알코올은 신경억제제로 작용, 뇌의 기능을 억제한다. 사람마다 주사의 형태가 다른 것은 각기 뇌 가운데 알코올에 취약한 부위가 다를 수 있기 때문.

일반적으로 알코올은 대뇌피질의 특정 부위에 먼저 영향을 미쳐 혀가 꼬부라지거나 말이 많아지거나 울거나 공격적으로 변하게 만든다.

보통은 대뇌피질에 알코올이 영향을 미치자마자 가장자리계의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입력 시스템에도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것이 바로 ‘필름이 끊기는’ 현상, 즉 블랙아웃(Blackout)이다. 이때 알코올은 뇌 세포를 직접 파괴하지 않고 해마에 있는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 메커니즘을 교란시킨다. 이렇게 되면 뇌에 기억이 아예 입력되지 않게 된다. 아무리 기억을 하려고 해도, 최면요법사가 최면을 걸어도 필름이 끊겼던 지난 밤은 기억해낼 수 없다.

어떤 사람은 뇌에서 가장자리계가 가장 먼저 알코올에 점령당하는데, 이때 뇌의 다른 부위는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옆 사람이 ‘필름 절단 사고’를 눈치채지 못한다. 이 경우 멀쩡한 상태로 귀가해도 다음날 간밤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술을 고주망태로 마시면 알코올이 대뇌피질과 가장자리계뿐만 아니라 운동기능을 조절하는 소뇌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때에는 제대로 걷지 못하거나 넘어지곤 한다. 알코올이 이 과정을 거쳐 숨골을 공격하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숨지기도 한다.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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