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따라잡기]원자현미경

  • 입력 2002년 3월 5일 17시 13분


집게로 물건을 집듯 원자 하나를 집을 수 있을까.

그런 소망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원자현미경’이다. 원자현미경은 원자를 볼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원자를 하나하나 집어 글자도 쓰고, 차세대 반도체나 나노미터 크기의 전자코를 개발하는데도 쓰이고 있다. 나노기술로 들어가는 열쇠가 바로 ‘원자현미경’이다.

원자현미경은 1982년 스위스의 IBM연구소 물리학자인 거드 비니히와 하이니 로러가 처음 개발했다. 원자현미경이 얼마나 놀라운 기술이었던지 이들은 이 공로로 불과 4년만인 8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원자현미경은 바늘로 레코드판을 읽는 것과 비슷하다. 바늘이 달린 긴 막대기 모양의 탐침을 이용해 원자의 표면을 읽는다. 바늘이 원자와 밀어내거나 끌어당기는 등 서로 작용을 하면서 탐침이 움직이는데 이 움직임을 읽어 물체의 표면을 원자 수준으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PSIA라는 기업이 처음으로 연구용 원자현미경을 개발해 선보였다.

원자현미경이 개발되면서 처음으로 반도체의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의 표면을 볼 수 있게 됐다. 이 장치는 현재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실리콘 웨이퍼 표면의 흠을 찾아내는데 사용되고 있다. 반도체가 작아질수록 이 과정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원자현미경은 원자를 볼 뿐만 아니라 탐침에 원자를 매달아 자유롭게 옮길 수 있다. IBM 연구원들은 1990년 크세논 원자 하나하나를 옮겨 ‘IBM’이라는 글씨를 썼다. 미래에는 탐침으로 반도체 위에 원하는 회로 구조를 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원자현미경은 나노 크기의 센서를 만드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다. 찾고자 하는 원자나 분자가 하나만 있어도 탐침이 반응해 움직인다.

원자현미경의 작동원리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