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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29일 13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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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같던 날씨가 다시 영하권으로 뚝 떨어졌지만 이 곳은 한 여름이다. 반바지에 반팔 차림의 사람들이 경쾌한 팝음악을 들으면서 저마다 달리고, 들어올리고, 페달을 밟는데 여념이 없다.
러닝머신에서 부지런히 발을 움직이는 사람 가운데 절반 가량은 중년 남성. 언제부터 달렸는지 모두들 티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트레이너를 맡고 있는 권무정 대리는 “나이 드신 분들이 더 열심이다”면서 “약주를 드셨는데도 새벽같이 나와서 운동하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30대 전후의 젊은 회원들이 주축이던 이 곳이 지금은 중년 회원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권대리는 “재작년부터 40대 이상 회원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운동을 마친 한 중년 회원을 만났다. 은행에 다니고 있다는 김영칠씨(55). 갑자기 늘어난 체중 때문에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는 그는 3개월만에 몸무게를 6㎏이나 줄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야근을 하거나 술을 먹거나 체력적인 면에서는 젊은 부하 직원들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김씨가 웃으면서 덧붙인 한 마디. “이제 곧 은퇴할텐데 건강해야 막노동이라도 하지 않겠습니까.”
건강과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요즘 헬스클럽은 어느 곳 할 것 없이 중년 남성들로 북적거린다. 특히 최근 중년 남성은 건강 뿐만 아니라 ‘몸매’에도 크게 신경을 쓰는 편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나라휘트니스의 조원석사업본부장은 “체성분 분석을 통해 어느 부위에 지방이 얼마만큼 많은지 알아본 뒤 거기에 맞는 프로그램에 따라 체계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운동을 다시 시작한 중년 남성들이 운동을 통해 얻는 것은 한 마디로 요약해 ‘새롭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술이 예전보다 세졌다”에서부터 “정력이 좋아져 부부생활을 새로이 시작하는 것 같다”는 얘기까지 한다고 조본부장은 귀띔했다.
의학적으로는 통상 40세에서 64세까지를 ‘중년’으로 분류한다. 이 시기에 건강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성공 스트레스’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성공과 퇴출로 갈리는 상황에서 건강은 절대적인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
따라서 좀더 적극적인 부류는 ‘성공하기 위해’ ‘퇴출되지 않기 위해’ 또는 ‘새로운 일을 얻기 위해’ 외모를 바꾸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성형외과를 찾는 중년 남성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다.
서울 중구 명동 이강원성형외과의 이강원원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중년 남성은 부인의 손에 이끌려 마지 못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서 “이제는 중년 남자들도 당당하게 성형외과를 찾는다”고 말했다. 코를 높이거나 쌍꺼풀 수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더 젊어보이고 싶어하는 욕구는 젊은 사람들에 못지 않다는 것.
이원장은 “외환위기 이후 특히 중년 남성이 늘어났다”며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중년 남성들이 주로 하는 시술은 주름 제거나 눈 밑의 처진 지방을 제거하는 것. 특히 주사 한 번으로 간단하게 주름을 펴는 보톡스 주사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이원장은 “사회 생활을 하면서 꼭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외모를 적극적으로 바꿔보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