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외출은 불안 집에서 놀자"…게임업계 '美테러 호황'

  • 입력 2001년 12월 2일 18시 49분


‘테러가 게임업계를 살렸다.’

미국 9·11 테러사태 이후 게임 업계가 불황에서 벗어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닌텐도는 11월 중순 ‘엑스박스’와 ‘게임큐브’ 등 신형 비디오 게임기를 미국 시장에 내놓았다. 당초 경기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판매가 부진하리라는 전망과는 달리 판매 기록을 경신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닌텐도의 ‘게임큐브’는 발매 당일 매출이 9800만달러에 달해 영화 해리포터의 개봉 첫 3일간의 9350만달러를 앞지르는 등 1주만에 50만대가 팔려나갔다. 이같은 실적은 미국에서 올초 출시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의 기록을 능가하는 것.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는 약 37만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의 피터 메인 부사장은 “발매 전 인지도 면에서는 ‘엑스박스’가 3배 이상 높았지만 ‘엑스박스’보다 100달러 싼 가격(199달러)과 닌텐도의 다양한 소프트웨어 덕에 ‘게임큐브’가 선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플레이스테이션2’용으로 개발된 게임 ‘메탈기어 솔리드2’는 발매 한주만에 36만장이 팔리는 실적을 올리는 등 게임 소프트웨어의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테러 사건 영향으로 사람들이 외출하기 보다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TV를 보거나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한국 게임계에도 테러 영향이 미치고 있다. 국내에서 비행시뮬레이션 장르는 언제나 찬밥 신세였지만 인포그램 코리아가 최근 내놓은 ‘팰콘 4.0’은 예상 판매치 1만장을 이미 2배 가까이 넘겼다. 온라인 게임 업체들은 더욱 적극적이어서 자신들의 게임 속에 빈 라덴을 집어넣거나 아프가니스탄 전투 맵을 추가해 관심 모으고 있다. 게다가 어느 발빠른 개발사는 ‘테러범 빈 라덴을 잡아라’라는 패키지 게임을 제작해 조만간 발매할 예정이다.

김승규(게임평론가) game4kimsk@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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