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따라잡기]열파이프, 내부 진공유지…순식간에 열 식혀

  • 입력 2001년 11월 12일 18시 54분


대형 할인점에서는 진열대 안에 있는 채소와 과일이 늘 차갑게 보관돼 있다.

바로 진열장 아래에 깔려 있는 ‘열파이프’ 때문이다. 진열장 안이 조금이라도 더워지면 열파이프가 그 열을 순식간에 바깥으로 빼낸다.

열파이프는 보통 파이프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열을 워낙 빨리 옮겨 열파이프라는 이름이 붙었다.

열파이프는 우주선을 개발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우주선에서 햇빛을 받는 부분은 물이 펄펄 끓는 100℃가 넘지만 반대쪽은 남극보다 더 추운 영하 200℃까지 내려간다. 우주에는 공기도 없고, 물도 충분하지 않아 우주선을 식히거나 데우기가 쉽지 않다.

열파이프는 큰 장치나 많은 물이 필요없다. 열파이프 안은 진공으로 유지되며 순수한 물 같은 액체를 넣는다. 열파이프가 뜨거워지면 물이 끓어 수증기로 바뀌고 수증기는 반대쪽으로 이동해 열을 옮긴다. 수증기는 다시 물로 변해 원래 위치로 돌아온다. 파이프 안을 진공으로 유지하면 물이 30℃ 등 훨씬 낮은 온도에서 끓기 때문에 더 빨리 열을 옮길 수 있다.

열파이프를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노트북PC다. 노트북PC는 빨리 열을 식혀야 하기 때문에 CPU(중앙처리장치)와 냉각기인 팬을 열파이프로 연결한다. CPU에서 나온 열이 열파이프를 타고 팬에서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열파이프는 지름을 4㎜까지 줄일 수 있어 노트북PC를 작게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2002년 월드컵이 열리는 일본 요코하마 축구장의 잔디 밑에도 열파이프가 깔려 있다. 축구선수들의 열을 식히려는 것이 아니다. 열파이프는 열을 골고루 퍼뜨려 넓은 지역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열파이프를 설치하면 잔디가 경기장 구석구석 골고루 자란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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