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이노베이션 현장을 가다-7]e정부

  • 입력 2001년 7월 23일 18시 40분


최근 경기 안산시에서 서울 관악구로 이사한 S씨. 그는 이사후 각종 전입절차를 마무리하는 데만 꼬박 이틀이 걸렸다. 전입신고와 자동차 이전등록을 위해 동사무소와 구청을 차례로 들렀고, 분실한 운전면허증을 새로 만들기 위해 경찰서까지 찾아야 했다. 근무시간을 쪼개가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슬그머니 울화가 치밀었다.

이처럼 복잡한 전입절차를 인터넷에서 단 한번의 신고로 끝낼 수는 없을까? 이같은 고충을 덜기 위한 민원업무 혁신 작업이 2002년 시행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은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발생하는 각종 민원 업무를 그때그때 안내받아 처리할 수 있다. 일단 출생신고가 접수되면 라이프사이클에 맞춰 예방접종 일정, 취학통지, 주민등록 발급 등의 절차가 자동으로 안내되고 처리되므로 일일이 민원기관을 찾을 필요가 없다. 기업의 경우 창업에서 폐업에 이르는 전과정을 체계적으로 안내받을 수 있다. 관공서 사이에는 정보가 공동 활용돼 민원인은 한 번의 신고만으로 주소 자동차 건강보험 등의 주소를 모두 바꿀 수 있게 된다. 민원과정에서 관공서에 내야하는 주민등록 등·초본이나 사업자 등록증, 세금납입증명 등도 관공서끼리 전산망으로 주고받아 민원인이 제출할 필요가 없다.

▼ 글 싣는 순서▼
1. 일대일(1:1) 마케팅
2. e풀필먼트
3. 사이버금융
4. 지식경영
5. e엔터테인먼트
6. 한국의 실리콘 밸리
7. e정부
8. 정보가전

전자정부가 국민과 기업에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행정의 생산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에서도 올 들어 11개 중점 과제를 중심으로 전자정부 구축사업이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전자정부의 목표는 디지털 기술로 국민에게는 최고수준의 서비스를, 기업에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데 있다. 인터넷상의 전자정부 단일창구를 통해 행정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정부의 생산성과 투명성을 극대화한다. 공무원은 PC로 주로 행정업무를 처리하고 국민은 관청에 가지 않아도 안방에서 모든 행정민원을 해결하게 된다.

민원업무 혁신은 대(對)국민 서비스로서 행정자치부 정보통신부 기획예산처 등이 역점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 여러 기관을 찾거나 과다한 서류를 제출하는 불편을 없애는 데 방향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터넷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부대표전자민원실 구축 작업에 착수한 상태. 국민생활에 파급효과가 큰 주민, 부동산, 자동차, 기업, 세금 분야 데이터베이스를 국가기관과 지자체, 공기업, 산하기관 등이 공동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구비서류 제출관행을 없애고 기관방문 횟수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행정자치부 김진호(金珍鎬)정보화총괄담당관은 “2002년 10월 정부대표전자민원실이 업무를 시작하면 모든 민원업무는 상담 및 접수, 처리 과정이 공개되고 원스톱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달청은 공공조달 개혁을 위해 올 들어 전자거래 비율을 80% 이상으로 높이고 전자입찰제를 시행하고 있다. 행정용품 1450여종을 취급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해 단 한번의 클릭으로 물품요청에서 대금지급까지 처리하고 있다. 전자입찰시스템을 통해 납품업체들은 공공기관을 찾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공공입찰에 참여하고 그 과정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또 통합조달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어느 기관이 어떤 제품을 언제 어느 가격에 구입했는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 조달청 변희석(邊熙錫) 정보관리과장은 “경매 공동구매 물물교환 기능이 추가된 조달포털의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주시에서는 전자정부 시스템 실험이 한창이다. 충주시는 도농복합형 도시로서 정보인프라가 우수해 지방전자정부 시범시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98년 1월부터 99년 9월까지 1단계 사업을 모두 마쳐 민원 보건·복지 환경 주민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전자정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직원 871명을 대상으로 23회에 걸친 교육을 실시하고 걸림돌이 되는 자치조례 및 규정도 바꿨다. 그 결과 민원대기 및 내부처리시간은 건당 1시간이상 걸리던 것이 수분 이내로 크게 줄었다. 농지전용 및 취득 등의 조사처리기간도 기존 10시간에서 10분 정도로 단축됐다. 이쪽에서 증명서를 떼 다른 쪽에 제출하는 복합민원의 온라인 원스톱 처리는 물론 24시간 민원서비스도 가능해졌다. 무인민원발급기도 설치돼 토지 및 임야대장 등 증명서 8종을 한 달에 1600건 정도 떼주고 있다.

인프라 확충은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필수 과제. 정부는 이를 위해 전자관인시스템과전자서명시스템의 보급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 과천, 대전 청사간 초고속망 확충 및 고도화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또 전자정부망에 대한 보안시스템 도입외에 주요거점지역의 특별지방행정기관간, 행정전산망과 휴대전화망 위성통신망간의 연계작업도 추진중이다.

한국은 정보통신 인프라 경쟁력이 높아 전자정부 구축 여건은 좋은 편. 하지만 전체 중앙행정기관의 전자결재율은 3월 현재 61.1%, 전자문서유통률은 39.9%로 활성화는 미흡한 실정이다.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은 “전자정부의 실현에 있어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정치가와 공무원의 의지”라고 말한다.

지식정보 사회에 걸맞은 효율적인 전자정부를 만들려면 국민의 호응은 더욱 절대적이다. 전문가들은 “지식정보 집약형 전자정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전자정부 구축이 아닌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한 전자정부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자조달의 예산절감 효과

(단위:백만원)

업무구분조달청공공기관조달업체
조달e몰 등 기타

(종전 조달EDI)

42,093108,501106,963257,558
인터넷을 통한 물품구매6,5205,2485,90717,675
전자입찰8056,91521,78029,500
합계49,418120,664134,650304,733
(자료:한국전산원)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전문가 한마디:국민활용도·정책질적향상 중요▼

인터넷 등 정보통신 기술이 기업활동에 적용된 것을 간단히 e비즈니스라고 한다면 정부활동에 적용된 것을 ‘전자정부(e-government)’라 할 수 있다.

전자정부가 추구하는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행정정보의 제공이다. 이미 정부 기관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각종 정책자료와 통계 등이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다. 둘째, 각종 민원 등 행정서비스를 인터넷 등으로 전자적으로 제공함으로써 민원인의 부담을 줄이고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주민등록등본 등 일부 증명서의 발급신청 등이 전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전자입찰 등 전자조달(e-procurement)도 부분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셋째, 정부기관간 정보 공유를 통하여 행정처리를 최대한 내부화함으로써 민원인의 부담과 행정처리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이런 전자정부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우선 기존의 행정처리 절차를 과정별로 진단하여 최대한 간소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 둘째로는 전자정부 사업간의 우선순위를 합리적으로 정하고 개별 기관 및 지방정부의 중복투자를 없애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자정부의 수요자인 국민의 활용도를 극대화해야 한다. 초기의 각종 전자정부 사업이 국민에게 친근하게 받아들여지도록 하여 전자정부 사업 전반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e비즈니스와 마찬가지로 전자정부에 대해서도 지나친 기대는 곤란하다. 정부의 우열은 저렴하고 투명한 민원서비스와 함께 질 높은 정부 정책이 판가름한다.

따라서 전자정부가 민원처리의 전자화 등을 통한 비용 절감 및 투명성 향상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정책의 질적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drcylee@kgsm.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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