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지금 온라인에선 고스톱-포커 게임 열풍

입력 2001-01-16 19:12수정 2009-09-2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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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친구 또 조나?" "어제도 밤새웠대"◇

15일 밤 서울 종로1가 한 PC방에서 직장인 최모씨(38)는 오후 6시 회사 업무를 마치고 난 뒤 이 곳에 들러 벌써 3시간 째 온라인 고스톱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는 매일 출근하다시피 이곳에 와 3∼4시간씩 게임을 하고 귀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점심시간은 물론 근무시간 중에도 몰래 고스톱을 친다”며 “끊으려고 해도 ‘고수’가 되고 싶은 욕심에 인터넷 접속을 또 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자영업자 조모씨(32)는 사이버 포커판에서 수백억원대의 사이버 머니를 갖고 있다. 그는 “이렇게 돈을 모으기 위해 밤을 샌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며 “사이버 공간에서 잃은 돈이 실제 돈과 같은 생각이 들어 다시 돈을 따기 위해 일도 제쳐두고 몰두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고스톱과 포커가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 온라인 고스톱 포커 게임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사이트는 한게임(www.hangame.com) 엠게임(www.mgame.com) 등 10여개에 이른다. 회원들을 끌기 위해 부가 서비스로 제공하는 사이트도 수십여개나 된다.

국내 최대 온라인 업체인 한게임은 1200만명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전 국민의 4분의1이 회원인 셈. 또 동시 접속자수가 10만명에 이르러 어느 시간이든 10만명이 온라인 상에서 고스톱에 몰두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가히 폭발적인 ‘고스톱 붐’이라 할 만 하다. 엠게임의 경우 회원 500만명에 동시 접속자수가 3만명에 이른다.

한게임에는 고스톱이 하루 평균 200만명, 포커는 100만명 정도가 게임을 하러 접속한다. 게임 이용자들이 서로 모여 만든 소모임인 ‘길드’도 수백개가 넘는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점심시간대는 물론이고 새벽시간에도 게임하기가 힘들 정도다.

그렇지 않아도 ‘고스톱 망국론’이 나오는 마당에 사이버 공간까지 온통 고스톱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 신생 게임업체가 상금 1000만원을 내걸고 개최한 게임대회는 케이블 TV 게임채널을 통해 중계돼 평소보다 4배 이상의 시청률을 올리기도 했다.

인기 배경은 뭘까. 게임 관계자는 “고스톱과 포커는 채팅이나 스타크래프트 등 다른 게임 문화에 비교적 낯선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연령층이 가장 많이 즐긴다”며 “판을 벌리기 위해 사람을 불러 모을 필요도 없고 실제 돈 잃을 걱정도 없다는 편리함도 한몫한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온라인 고스톱의 범람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다른 온라인 게임과 마찬가지로 중독성은 물론 사행성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것. 사이버 머니를 매개로 실제 돈을 주고 받는 사례도 종종 있다.

한 포커 이용자는 “고스톱 등에 지나치게 몰두하다보면 수십 수백억원대를 가진 이용자에게 3∼10만원 가량의 실제 돈을 주고 억단위의 사이버머니를 사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한 회원은 “실제 도박판에서 하룻밤에 2억원을 날리기도 하는 등 푹 빠져 있었으나 온라인 게임에 접하고부터 손을 뗐다”고 말하기도 했다.

회사원 B씨는 “점심시간 때 동료들과 밥값내기로 온라인 포커를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며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영철 교수는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온라인 고스톱 은 오프라인보다 더 중독되기 쉽다”며 “도박을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심심풀이로 즐긴다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버 머니 꽁짜 제공(사이트 업체들 차츰 유료 전환)◇

온라인 고스톱 포커 게임이 크게 유행한 것은 무엇보다 무료라는 점 때문. 한게임의 경우 무료 가입과 동시에 100만원의 사이버 머니가 주어진다. 이를 다 잃어도 사이트 내의 몇 가지 게임을 하거나 제휴 사이트에 가입하기만 하면 돈이 또다시 주어진다.

최근 사이트 업체들은 차츰 유료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 12월 매달 1만원의 요금으로 유료화를 단행한 e게임넷의 경우 50만명의 기존 회원 중 유료 회원으로 전환한 사람은 3000명에 불과했다. 무료 회원도 게임을 할 수는 있지만 사이버 머니가 적립되지 않아 승부욕이나 흥미가 반감돼 다른 업체의 사이트들을 찾는다는 것이다.

다른 업체들은 ‘전면적 유료화’ 대신 ‘유료 서비스 도입’과 ‘무료이용의 병행’ 쪽으로 가닥을 답고 있다. 한게임은 3월 중 일부 고급 서비스를 유료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엠게임도 3월 유료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섣불리 발표를 못하고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에 이용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게임 업체 관계자는 “다른 온라인 게임과는 달리 고스톱이나 포커 등은 게임 제작에 필요한 기술 장벽이 낮아 누구나 쉽게 사이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유료화했다가 기존 회원들을 잃을 수 있다”며 “그렇다고 무한정 무료로 서비스할 수만도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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