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게이머 세계선 서울대 중요치 않아요"

  • 입력 2000년 11월 2일 19시 02분


“서울대 학생이라는 게 무슨 상관인가요. 게임이 좋아 게임을 하다가 프로 게이머가 됐어요.”

정훈조(鄭訓兆·24·재료공학과) 윤지현(尹智鉉·여·28·심리학과)씨는 50여명의 프로게이머 중 각기 남녀 유일의 서울대 출신 프로게이머다.

이들은 최근 국내 3대 게임리그 중 하나인 PKO리그 스타크래프트 부문 남녀부에서 각각 선두를 달리고 있어 화제를 끌고 있다.

이들의 인연은 서울대 96학번, ‘네이버스’라는 같은 구단 소속이라는 것 뿐만 아니다.

둘다 서울대 바둑반 출신. 윤씨는 아마초단, 정씨는 4급 정도의 실력이다.

“바둑과 스타크래프트가 비슷한 점이 많아요. 전략을 세우고 허를 찌르고 상대방과의 심리전을 펼쳐야 하죠. 바둑 잘두는 사람이 스타크래프트도 빨리 배우고 빨리 느는 것 같아요.”(정훈조)

정씨는 8월 PKO 대학리그에서 우승한 뒤 프로로 전향했다. 보다 다양하고 짜릿한 승부를 하고 싶어서 였다.

“아직 부모님이 모르고 계세요. 속이려고 했던 건 아닌데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인터뷰 기사가 나가면 이젠 아시게 되겠죠.” 그러나 그리 걱정하는 눈치는 아니다.

서울여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다시 입학한 윤씨 역시 “부모님 반대가 심하셨는데 신문 TV 등에 나오고 하니까 이젠 적극 밀어주시는 편이예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게이머로서의 장래는 아직 확실치 않다.

정씨는 당장 내년에 군대를 가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로서의 생활은 접어야 한다. 물론 다른 게임으로 도전할 수도 있겠지만 군대 갔다오면 회계사 시험을 볼 생각이다.

윤씨는 지금처럼 게이머로 계속 남든지 아니면 광고기획사 취직을 고려하고 있다.

물론 지금 게이머의 생활은 대만족이다. 일주일에 3, 4일을 게임리그와 대회에 참가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는 휴학 중이지만 게이머로서의 경험은 평생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두 사람은 “서울대 출신라는 것이 이 세계에선 전혀 중요하진 않은데 다만 밖에서 볼 때 ‘게이머〓노는 애’라는 인상을 씻을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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