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기억 저장하는 과정"…하버드 스틱골드박사 논문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8시 37분


꿈은 그 날의 특별한 경험을 대뇌에 오랫 동안 축적된 일반적인 기억과 대조해 머리 속 서랍에 차곡차곡 정돈하는 과정이란 주장이 나왔다.

하버드의대 심리학자인 로버트 스틱골드 박사팀은 지난 13일자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27명의 정상인과 기억상실증환자를 상대로 테트리스 게임을 하게 한 뒤 어떤 꿈을 꾸는지 실험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실험에서 두 집단은 모두 블록이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등의 이상한 꿈을 꾸었다.

기억상실증 환자는 자신이 테트리스 게임을 했다는 사실을 다음 날 아침에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환자들이 테트리스에 대한 꿈을 꾸는데도 게임 실력은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억상실증 환자는 사고로 뇌의 해마상 융기 부위가 손상된 사람들이다. 이 부위는 그 날의 특별한 사건을 기억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오랫 동안 축적된 일반적 경험은 대뇌의 신피질 부위에 기억된다.

스틱골드 박사는 “기억상실증 환자는 과거에 테트리스를 했던 기억을 되살려 신피질에서 꿈의 이미지를 가져오기는 하지만, 전날 했던 테트리스 게임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래된 기억과 대조할 수 없다”고 테트리스 능력이 향상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그는 전날의 경험과 일반적인 기억이 일치하면 꿈을 꾸면서 기억과 학습이 강화되지만 그 날의 특별한 경험이 일반적 경험과 일치하지 않을 때는 무서운 꿈을 꾸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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