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도메인' 앞길 먹구름이 잔뜩…국내 표준문제 갈등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8시 28분


한글로 인터넷 사이트 주소(도메인)를 검색할 수 있는 한글 도메인 서비스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국내 기관과 업체가 표준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있는 사이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 리얼네임즈 등 미국기업이 위협적인 유사서비스를 선보이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글 도메인 서비스는 MS익스플로러나 네스케이프 등 웹브라우저의 주소창에서 영문 대신 한글 주소를 입력했을 때 해당 사이트에 접속되는 서비스.

국내 기관과 업계는 이 서비스의 기술표준 문제를 놓고 현재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재단법인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는 계층방식을 표준으로 선택, 내년초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방침이다. 계층방식이란 기존의 영문 도메인 체계를 그대로 따르되 영문 대신 한글을 사용하는 방식. 예컨대 청와대 사이트에 접속하려면 기존의 영문주소 ‘www.bluehouse.go.kr’ 대신 ‘www.청와대.go.kr’을 입력하면 된다.

계층방식과 대비되는 것은 주제어(키워드) 방식으로 한닉을 중심으로 한 한글인터넷센터컨소시엄이 이달 20일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며 넷피아닷컴은 7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방식은 ‘청와대’라고만 치면 청와대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사용자 입장에서는 계층 방식보다 간편하다.

문제는 외국기업들이 훨씬 쉬운 한글 도메인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 MS와 리얼네임즈는 한글 도메인 서비스를 다음달 본격 서비스하기에 앞서 현재 시험 서비스를 하고 있다.

MS익스플로러 5.0을 사용하는 네티즌들은 지금도 손쉽게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주소창에 한글로 ‘청와대’라고 입력하면 곧바로 청와대 사이트로 이동한다. 이 서비스는 이처럼 주제어 방식 서비스와 비슷하면서도 한가지 강점을 추가로 갖고 있다.

넷피아닷컴의 경우 현재 한국통신하이텔 하나로통신 에듀넷 나우누리 등 이 회사와 제휴를 맺고 있는 18개 통신망 가입자가 아닐 경우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야 한다. 하지만 MS와 리얼네임즈의 서비스는 이같은 번거로움이 없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MS와 리얼네임즈의 서비스가 한글 도메인 시장의 상당부분을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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