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값 '아득한 추락'…대만 저가공세에 '흔들'

  • 입력 2000년 7월 31일 18시 36분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 가격이 ‘브레이크 없는 엔진’처럼 계속 추락하고 있다. TFT―LCD는 반도체의 뒤를 이를 ‘제2의 산업의 쌀’로서 삼성 LG 등이 꾸준히 투자를 늘리고 있는 분야.

그러나 최근 사업에 뛰어든 6개 대만 업체들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과 대만의 주도권 잡기로 인한 가격 경쟁으로 시장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것. 이 분야의 ‘원조’인 일본 기업들은 이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올해 대부분 적자가 예상된다. 한국 기업들도 대만 업체들의 가격 공세에 맞춰 시장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

▽올들어 월평균 1∼2%씩 계속 가격 하락〓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리서치 7월 통계에 따르면 수요가 가장 많은 15인치(XGA) 모니터용 LCD의 경우 올 1월 개당 604달러에서 3월 587달러, 6월 543달러를 기록하는 등 연초 대비 10% 가량 가격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탄탄했던 노트북PC용 14인치 제품가격까지 동반 하락하고 있다. ‘화소수’가 낮은 일부 제품은 13인치와 가격이 역전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올초만 해도 가을쯤이면 가격 하락이 일단락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지만 최근 업계 관계자들은 “연말 15인치 제품은 500달러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태다.

▽대만 업계의 양산 체제 가동〓TFT―LCD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새로 시장에 진입한 대만 업체들이 생산체제를 빠르게 안정시키고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돌입했기 때문. 전문가들은 대만 기업의 액정생산 수율이 70∼80%로 향상됐고 연말이면 일본이나 한국 기업과 비슷한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인텔의 CPU 공급 부족 현상이 계속되면서 노트북, 컴퓨터 시장이 예상만큼 커지지 못하고 15인치 모니터의 재고가 증가하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대만 업체들은 한국과의 수주 경쟁에서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저비용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격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 예측하는 대만 업체의 목표가격은 15인치 장당 430달러∼450달러. 이 수준까지 값이 떨어진다면 일본기업의 액정 사업은 대부분 적자가 되고 사업전략마저 불투명해진다. 한국도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시장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

▽M&A 유발 가능성〓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 등은 이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18인치 이상 고부가가치 대형 모니터의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일반 노트북용이나 모니터용 LCD 생산 위주에서 가격이 비교적 안정된 LCD TV나 차량항법장치 의학용 LCD의 응용LCD 분야의 비중을 늘려갈 예정. 대만 업체들은 아직 품질 문제 때문에 대형 거래선을 확보하지 못해 모니터용 LCD 생산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TFT―LCD시장의 가격 경쟁은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빚어졌던 업체들간의 인수, 합병(M&A)처럼 M&A를 유발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LG필립스LCD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의 대규모 M&A가 일어났던 것처럼 자금이 넉넉하지 못한 중소 업체들이 대규모 업체들에 인수되는 M&A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