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세상에 '아바타'선풍…디지털 分身

  • 입력 2000년 6월 18일 18시 46분


그곳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곳에도 해가 뜨고 비가 내린다. 꽃들이 바람결에 춤을 추고 나무가 자란다.

여유가 있는 날이면 집정리를 한다. 겨우내 벽난로 곁에 두었던 침대를 창가로 옮긴다. 쇼핑을 할 수도 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결혼을 한다.

그곳에도 ‘내’가 있다. 그러나 실제의 내가 아닌 나. 0과 1이 자아낸 ‘디지털 육신’이 가상의 공간에서 살아간다.

▼아바타 Abata(분신·分身)▼

아바타가 사이버공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아바타는 분신(分身)이나 화신(化身)을 뜻하는 말로 사이버공간에서 사용자를 대신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말한다. 인터넷 상에서 2∼3년 전부터 간간이 사용돼오다가 최근 게임 E메일 사이버커뮤니티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원래 아바타는 ‘내려오다’‘통과하다’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 ‘Ava’와 ‘아래’‘땅’이란 뜻인 ‘Terr’를 합성한 말이다. 고대 인도에선‘땅으로 내려온 신의 화신’을 지칭하는 말이었으나 인터넷시대가 열리면서 사이버 세상을 활보하게 됐다.

▼3차원 시대의 도래▼

지금까지 아바타는 2차원으로 된 그림이 대부분이었다. 나름대로 깜찍한 모습으로 E메일을 타고 친구에게 문안가기도 하고 끼리끼리 어울려 채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뭔가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3차원 아바타. 3차원 캐릭터는 입체감과 현실감을 함께 지니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인터넷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한 다다월즈(www.dadaworlds.com) 같은 곳에선 현실세계와 흡사한 3차원의 입체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사이트는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테마파크나 경찰서를 가상공간에 그대로 옮겨놓았다.

어릴적 즐기던 놀이 ‘다방구’를 영어로 옮긴 사이트 ‘카페9(www.cafe9.com)’ 사이트에 접속하면 벌거벗은 아바타가 나타난다. 360도 회전이 가능한 3차원의 모습. 체격과 머리색을 선택하고 옷을 입힌다. 일단 아바타를 만들면 본격적인 생활이 시작된다. 방을 꾸미고 가구의 위치를 바꿀 수 있다.

아바타는 춤을 추기도 하고 거리를 뛰어다니기도 한다. 거리에 나가 채팅이나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앞으로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가면 가게를 운영하거나 집을 사고파는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이밖에 사이드림(www.cydream.com) 와라와라넷(www.warawara.net) 유리도시(www.gcity.co.kr) 등에서 3차원 아바타를 볼 수 있다.

▼왜 아바타에 열광하는가▼

아바타는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을 이어주는 존재다. 익명과 실명의 중간쯤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 네티즌들은 사이버공간의 익명성에 매료됐다. 하지만 이제는 나름대로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느끼게 됐다. 이 두가지 욕구를 한번에 충족시켜주는 것이 아바타다. 인터넷 업체의 입장에서도 아바타는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네티즌들에게 소속감을 부여, 한 곳에 붙잡아 둘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의 아바타 열풍은 이러한 네티즌의 욕구와 인터넷 업체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생긴 것이다.

▼아바타의 미래▼

전문가들은 가까운 장래에 아바타가 현실생활에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바타를 통해 온라인 영화관에도 가고 ‘진짜’ 물건을 사는 일 등이 일반화된다는 말. 또 현실의 자아보다 아바타끼리의 사교활동이 더 빈번해질 수도 있다.

결국 가상의 자아가 실제 삶의 일부 영역을 담당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영화 ‘13층’에서처럼 현실과 구분할 수 없는 가상의 세계에 사용자의 의식을 다운받아 ‘정말로 리얼한’ 게임을 즐기게 될지도 모른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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