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월드]사이버 연수원, 비용-시간 아껴 성업

  • 입력 2000년 6월 5일 12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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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만 켜면 그 자리가 연수원인데 굳이 시간 낭비하며 시골연수원까지 갈 필요가 있나요?”

LG그룹 구조조정본부의 장모대리(29)는 최근 사내에서 실시하는 사이버아카데미를 통해 5주 과정인 인터넷정보검색사 교육을 받았다. 점심시간이나 출근전 자투리 시간을 이용했다. 강의로 인한 업무공백은 전혀 없었다. 주변 사람들이 장대리의 연수 사실조차 모를 정도였다. 과거 같으면 당연히 경기도 이천에 있는 LG인화원으로 가서 합숙교육을 받거나 최소한 사무실내 교육장에 가서 강의를 들어야 했을 터였다.

이처럼 인터넷상에 연수원을 구축, 사원들에게 직무교육을 실시하는 사이버연수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자체적인 솔루션과 강의 콘텐츠를 개발하기 힘든 중소기업, 벤처기업의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연수대상도 다양하다. 일반 기업은 물론 은행, 공사 심지어는 군부대 학교 교도소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이버연수를 듣는 직장인만 올해 10만명을 넘고 이 수치는 매년 2배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누이좋고 매부좋아〓사이버연수원은 직장인도 좋고 회사도 좋은 말 그대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교육방식. 회사는 굳이 고정비를 들여가며 연수원 건물을 지을 필요가 없다. 또 교육비의 70∼80%를 고용보험 환급금으로 돌려받을 수도 있다. 교통비 등 이런저런 비용을 빼면 오프라인 교육비의 10분 1수준도 안된다. SK텔레콤은 자체분석 결과 지난 한해동안 사이버연수로 강사초청 교육에 비해 60억원 이상 절감한 것으로 보고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새 자동차 모델이나 부품이 나오면 인터넷에 화상을 띄운 다음 기술진과 AS맨들을 대상으로 즉각 직무교육을 실시한다. 천안에 있는 정비연수원에 불러모으느라 2∼3개월씩 허비할 필요가 없어졌다.

직장인들도 편하다. 직장에서든 집에서든 자기가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만큼씩만 공부하면 된다. 그만큼 교육에 대한 부담이 적다. 또다른 장점은 반복교육이 가능하다는 점.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반복해 들을 수 있는 것도 사이버교육만이 가질 수 있는 큰 이점으로 꼽힌다.

▽급속한 확산추세〓얼마나 많은 기업과 직장인이 사이버 사내훈련을 이용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내 최대의 사이버연수 기업인 삼성SDS로부터 프로그램을 제공받는 기업만 한달에 200여곳, 연수생은 2600여 명에 달한다.

대개 한두달 과정인 기업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기업은 외환은행 주택공사 토지공사 대림정보통신 등 1500곳, 3만명을 넘는다. 현대 삼성 LG SK등 자체 개발 프로그램으로 사내 교육훈련을 실시하는 기업을 합하면 사이버연수생은 1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SDS의 e캠퍼스책임자인 이종석과장은 “사이버연수의 이점이 워낙 많은데다 최근에는 기업이 원하는 대로 콘텐츠를 맞춰주는 연수프로그램들이 나오는 등 수요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점〓교육과정이 허술하게 짜여 있거나 평가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교육이 허술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장에서 감시감독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보험이 환급되는 프로그램의 경우 콘텐츠 질에 대한 엄격한 심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김광현기자>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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