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약관 "책임없음" 이면 그만?

  • 입력 2000년 5월 22일 19시 41분


‘…에 대해서는 일체 책임지지 않습니다.’

‘본 서비스약관은 통지없이 수시로 갱신될 수 있습니다.’

‘이상에 열거된 사항 이외에도 유사한 모든 예측불허의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아니합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인터넷기업들의 이용자약관 내용이다.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적에 따라 상당수 인터넷서비스들이 지난달 약관을 ‘현실화’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소비자보호에는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 네티즌들의 공통된 평가.

특히 최근 국내최대 무료 E메일서비스회사인 다음(www.daum.net)의 하드웨어에 장애가 일어나 데이터의 일부가 손상되는 피해가 발생하면서 인터넷서비스에 대한 법적 책임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다음이 제공하는 E메일 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한 건 이달 11일밤. 메일서버내 저장장치가 말썽을 빚으면서 3000명 가량이 정상적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사고가 발생한 지 열흘 이상이 지났지만 아직도 절반에 가까운 40∼50%가 기존 메일보관함에 저장했던 E메일을 열어보지 못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회원 정모씨는 “가입자 확대에는 적극적이면서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다음 관계자는 “회원들에게 불편을 끼친 점은 유감이나 무료 서비스이기 때문에 법적 책임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비스 이용을 전제로 가입자들이 동의한 이용자약관 내용에 ‘이렇다 할’ 책임조항이 없다는 것. 인터넷기업의 이용자약관 작성에 참여한 한 변호사는 “고의나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인터넷기업이 책임져야 하며 이 경우에도 손해배상 범위가 막연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무료서비스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인터넷기업들의 방어논리에 대한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타깃마케팅에 필수적인 회원들의 개인정보와 서비스를 맞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무료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야후코리아측 한희철 변호사는 “인터넷기업이 제공하는 무료서비스에 적용한 마땅한 준거법이 없어 애매한 측면이 적지 않다”면서도 “소비자보호에 지나치게 치우칠 경우 인터넷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라이코스코리아는 2중 데이터보관시스템을 갖추는 한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데이터손상 보험 가입을 검토중이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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