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 표준방식]업계, 정부 長考에 전전긍긍

  • 입력 2000년 5월 14일 19시 29분


‘동기냐 비동기냐?’

차세대 이동통신 IMT2000을 향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IMT2000의 표준 제정 문제가 이동통신 업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IMT2000 사업권 획득을 위해서 뛰고 있는 각 컨소시엄은 경쟁 업체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전략 수립에 나섰으며 정부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표준 방식 제정 문제는 사업자 선정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세계 시장공략의 기본 틀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부도 섣불리 입장을 표명할 수 없는 사안.

▽데이터 전송 방식의 차이〓동기(同期·DS)와 비동기(非同期·MC)는 데이터 전송 방식의 차이에서 붙여진 명칭. 실시간 통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인 차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했지만 세부적인 기술 내용에서는 많은 부분이 서로 다르다.

동기와 비동기 방식의 차이중 가장 큰 것은 동기식의 경우 기지국에서 위성으로부터 시각 정보를 수신해 시각을 동일하게 맞춰 위치에 관계없이 실시간 통화가 가능하도록 한 것. 비동기식은 별도의 칩을 사용해 실시간 통화가 이뤄진다.

동기식의 경우 미국 퀄컴사가 기술 특허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어 북미 방식이라고도 불린다. 비동기식은 유럽의 에릭슨 루슨트 노키아 등 다수의 업체가 특허를 갖고 있어 유럽방식이라고 이름붙였다.

이같은 통신 기술의 차이 때문에 차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의 경우 동기 방식에 기술적 기반을 갖고 있는 CDMA2000과 비동기 방식 기술 기반을 가진 W-CDMA(UMTS)로 나눠 각각 자신의 방식을 국제 표준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미국과 유럽의 대립으로 인해서 국제 표준은 일단 무산된 상태이며 세계 각국은 어느 방식을 표준으로 선정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동기,비동기 방식으로 양분〓CDMA 동기 방식으로 2세대 이동통신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의 경우 CDMA2000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비동기 분야의 경우 뒤늦게 기술 개발에 착수, 유럽이나 일본보다 2∼3년이상 기술이 뒤져 있다.

하지만 세계 이동통신 가입자 현황을 살펴보면 비동기식인 유럽의 GSM방식의 가입자가 2억5400만명으로 전체의 83.5%를 차지하고 있고 동기식 CDMA 가입자는 5010만명으로 16.5%에 불과한 상태.

따라서 3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의 경우 현재의 2세대 가입자가 자연스럽게 IMT2000으로 전환된다고 가정할 때 비동기식을 채택하는 것이 수출이나 세계 시장 공략 등의 관점에서 유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나로-온세 통신 등이 참여하는 한국IMT2000컨소시엄은 비동기 방식으로 사업권을 신청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으며 한국통신-한통프리텔 컨소시엄과 LG텔레콤-데이콤 그룹도 비동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CDMA 동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와 한솔엠닷컴 등은 뒤늦게 기술개발에 뛰어든 비동기분야보다는 세계 시장 규모는 작지만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특화해야 한다며 동기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또 SK텔레콤-신세기통신 컨소시엄은 아직 동기, 비동기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고 경쟁 업체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침묵하고 있는 정부〓정보통신부 안병엽 장관은 이에 대해 “아직 표준과 관련돼 어떤 입장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IMT2000 사업자 선정 방식을 결정하고 사업자를 선정한 이후에 표준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표준 문제에 대해 극도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IMT2000 표준 결정 문제가 미국 유럽과의 외교적인 문제와 연관이 있고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 각국 기업들과의 로열티 협상 문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

특히 표준 방식을 한번 잘못 결정할 경우 국가 경제 전반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몰고올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는 세계 흐름을 지켜본 뒤 충분한 시간을 갖고 표준 방식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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