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감독 김규환씨 광고콘텐츠사업 진출

  • 입력 2000년 4월 5일 19시 54분


‘잘자 내꿈 꿔…’라는 카피로 유명한 PCS 016의 CF를 제작한 김규환(金珪煥·40·유레카 대표·사진)감독이 e비즈니스업체 대표로 변신한다. 유레카를 광고 콘텐츠와 인적 네트워크를 토대로 e비즈니스가 중심이 되는 ‘토털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업체’로 바꾸기로 한 것.

김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광고계의 ‘최고 흥행 감독’. 영화배우 박중훈이 출연, ‘랄랄라 춤’ 선풍을 일으켰던 OB라거 광고, 탤런트 송승헌과 고소영이 등장했던 016의 노란풍선 광고, 정우성과 고소영이 영화 ‘그리스’를 재연한 지오다노 청바지광고 등을 만들었다. 15년간 그가 메가폰을 잡은 CF만 600여편. 최근 MBC TV ‘성공시대’에 광고인으로 처음 출연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성공이 그를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모든 비즈니스가 인터넷과 디지털을 향해 달려가는 상황에서 광고만 전근대적인 생산, 소비 방식에 머물러도 되느냐는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해 왔습니다.”

결론은 광고 콘텐츠 사업으로의 진출. 현재 자본금 1억5000만원의 광고프로덕션 ‘유레카’(www.eurekafilms.co.kr)를 자본금 12억∼15억원의 ‘토털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업체’로 확대한다. 그간 제작해온 폭넓은 영상, 음향 콘텐츠와 광고제작 노하우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으로 e비즈니스를 시작한다. 내년 4월 코스닥 등록을 목표로 회계감사에 이미 착수했다. 유레카라는 회사이름을 유지할지는 아직 고민중이다. 사실 우리 광고계에는 벤처기업이라고 할 만한 회사도 없었다. 대기업계열 광고대행사가 외부 프로덕션에 하청을 주는 형태로 굳어진 제작관행, 영세한 제작자들이 탄탄한 재무구조와 투명한 경영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아직 사업 모델을 확정하지는 못했습니다. 광고 콘텐츠를 이용해 벌일 수 있는 사업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광고 제작, 광고 컨설팅, 광고 아이디어 수출, 캐릭터 사업, 방송, 영화, 이벤트 등 가능한 모든 영역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사업확대에 대비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 브로드웨이 극장 뒷골목에 6층짜리 사옥을 짓고 있다. 웹디자이너, 법률전문가, 공학박사 등과 함께 연일 회의를 갖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모델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H증권 등 기관투자가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감독은 “광고는 이미 우리 사회의 중요한 ‘힘’ 가운데 하나였지만 인터넷이 중심인 사회에서는 사회, 문화적 변화의 최전선에 서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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