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네티즌들 뭉쳤다…현행 징병제 위헌소송 준비

  • 입력 2000년 1월 4일 19시 42분


사이버 공간에서 ‘남성들의 반란’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가 군필자가산점 위헌결정을 내린 이후 ‘성난 남성 네티즌’들이 “그렇다면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며 현행 징병제에 대한 위헌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하이텔 천리안 채널아이 등 주요 PC통신 남성동우회 연합체인 ‘한국남성운동협의회’는 현행징병제 위헌신청을 헌재에 제출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사이버공간 서명에 돌입, 3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4일 밝혔다. 서명인이 500명을 넘으면 헌재에 ‘징병제 위헌소송’을 제기할 계획.

남성 네티즌들이 반세기 넘게 ‘당연시 됐던’ 남성 의무징집에 대해 이같이 도전하게 된 것은 헌재의 군필자가산점 위헌결정 때문. 그 이후 “젊은 시절을 국가에 바쳤는데 최소한의 보상마저 박탈됐다”는 분노가 PC통신망을 달궜고 “군복무에 아무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국가의 일원인 여성도 군복무를 해야 정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를 바탕으로 몇몇 네티즌이 주도해 서명작업에 돌입했고 1주일만에 300명을 넘는 ‘동조자’를 확보한 것. 또 지금까지 남성동우회가 없던 나우누리 등 다른 PC통신망에서도 남성동우회 설립이 활발하게 추진되는 등 신장된 여권(女權)에 대항하는 사이버공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들이 실제 소송까지 갈지는 미지수. 협의회측은 다음주 내에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법률자문을 받을 변호사 선임도 아직 안된 상태이기 때 하지만 협의회측은 “헌재 결정의 의미는 ‘남성만 군대 가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라며 “어려움이 있겠지만 10일까지 서명을 완료해 반드시 위헌소송을 내겠다”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서명운동을 주도하는 하이텔 남성학연구회 시솝 정성환씨는 “이번 소송은 ‘여권(女權)신장을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손상된 남성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소송을 계기로 남성들의 힘을 모아 각종 ‘역 성차별’에 맞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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