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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2월 15일 1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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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이 시작되는 신년 연휴를 2주 가량 앞두고 국내외 관광업계가 ‘밀레니엄 특수’로 술렁이고 달력에 무덤덤했던 사람들조차 ‘어디를 가볼까’ 하고 마음이 들떠 있다.
그러나 새 천년의 설렘만 있는 게 아니다. 불안 초조 속에 일터에서 2000년 1월1일 0시를 맞아야 할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른바 Y2K(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 오류)문제 때문이다.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은 기관별로 Y2K 상황실을 설치, 수십명 또는 수천명의 직원이 비상 대기하게 된다.
정부 각 부처는 30일 오후부터 내년 1월4일까지 1급(관리관)을 단장으로 하는 비상대책반을 가동하며 시간별로 정보통신부 종합상황실에 전산시스템 정상작동 여부를 보고하게 된다. 장차관이나 국장급 간부들도 대부분 사무실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서울시의 경우 고건(高建)시장을 비롯한 주요 간부 전원과 1500여명의 전산관련 직원이 31일 오후부터 상황실과 600개의 전산시스템 앞에서 교대로 비상 근무를하게 한다. 만의 하나 해킹 등에 의해 정수장 등의 전산망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서다.
통신 공항 철도 전기 도시가스 등 전산시스템이 연중무휴 가동되는 기간산업분야는 평일 근무 때보다 더 많은 직원이 전산설비 앞에서 뜬눈으로 새해를 맞게 된다.
정보통신부 Y2K상황실 서광현(徐光鉉)총괄팀장은 “금융 통신 항공 등 13대 중점분야에서 Y2K에 대비해 일터에서 새천년을 맞을 사람이 37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민간기업의 경우도 전산담당자는 물론 최고 경영자까지 이미 신년휴가를 반납한 상태.
SK그룹은 31일 오후 6시부터 내년 1월1일 오전까지 회장을 비롯한 사장단 전원이 사무실에 비상대기한다. 또 각 계열사의 전산 자동제어시스템 담당 직원들은 현장에서 대기토록 했다.
삼성SDS는 전직원 6200명 중 절반이 넘는 3400명이 30일 오후부터 내년 1월5일까지 교대로 비상근무에 들어간다.
삼성 Y2K지원팀의 김진구(金鎭九)팀장은 “사안이 사안인 만큼 불평하는 사원은 거의 없다”며 “밀레니엄 연휴를 잃게 된 사원들에게는 특별 상품권 등 선물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병원 직원들도 초긴장 상태에서 새해를 맞게 된다. 의료기기 전산시스템이 고장나거나 전력공급이 끊기는 등의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분초를 다투며 복구해야하기 때문이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