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LG반도체 『삐그덕』…통합협상 결렬 가능성도

  • 입력 1998년 9월 10일 18시 56분


LG그룹이 10일 통합반도체사의 ‘경영권 포기불가’방침을 선언, 반도체 주도권을 놓고 LG와 현대간 힘겨루기가 가열되고 있다.

LG의 이날 공세에 대해 현대 역시 “한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며 즉각 반응, 최악의 경우 통합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는 위기를 맞았다.

▼반도체협상의 내막은〓전경련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5대그룹은 1차 정재계간담회(7월)에서 ‘반도체 2사체제’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1, 2위 업체가 3위업체를 인수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1위업체인 삼성전자가 인수를 거부, 2위와 3위업체를 한 데 묶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문제는 현대가 ‘LG측이 반도체사업의 포기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하는 반면 LG는 ‘단일회사 통합에만 합의했을 뿐 사업포기는 생각한 적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는 점.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태스크 포스 논의 초기 현대가 2위 업체임을 입증하는 독자적인 자료를 제시하자 LG측이 ‘오히려 우리가 2위’라며 보충자료를 제시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현대는 ‘외자유치 후에도 대주주 지분를 확보할 수 있도록 70% 지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 협상은 더욱 꼬였다.

전경련의 고위관계자는 10일 “양측의 첨예한 갈등에 직면한 태스크 포스는 일단 ‘5 대 5’지분의 공동회사를 출범시킨 뒤 추후 외자를 들여와 지분을 정리하자고 대체적으로 합의했다”며 막후 협상 과정을 설명. 이 말대로라면 둘 중 한쪽은 다소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는 셈.

처음부터 반도체에 집착을 보이며 적극적인 공세를 폈던 현대측에 비해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LG측은 9일 정재계에서 이규성(李揆成)재경부장관이 “공동지분이라도 경영주체만 확시하면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자 “현대의 경영권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공세를 강화했다.

▼LG와 현대의 속셈〓현대가 LG반도체와의 통합사를 지배할 경우 기술력에서 열세로 평가받는 고속 D램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한다. 특히 현대전자가 정몽헌(鄭夢憲)회장의 지분으로 분류돼 있어 정회장의 그룹내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전망.

반면 LG가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64메가D램 이하에서 일본 히타치(日立)에 종속돼 있던 원천기술을 확보, 향후 독자적인 설계 및 공정기술을 확보하는 셈.

누가 인수하든 세계 D램시장에서 일본전기(NEC)를 제치고 2위로 부상할 전망. 특히 설계분야에서의 시너지효과는 상당하다는 것이 양사기술진의 평가. 이같은 점 때문에 삼성측은 “큰 통합효과를 도모하기 위한 무리한 짝짓기”라는 입장.

▼협상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인 듯〓10일 LG측의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현대측은 ‘맞불’을 놓지 않았다. 괜히 LG측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현 분위기가 유리한 만큼 ‘현상고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경련 회장단회의에 참석한 구본무(具本茂)LG회장은 “경영권은 결코 넘겨줄 수 없다”고 배수의 진을 치면서도 정회장 등 현대측 누구와도 만나 상의하겠다는 자세.

재계는 LG측의 공세가 ‘공동지분 회사’안을 관철시키려는 협상전략으로 보면서도 협상이 결렬될 경우 다른 업종으로의 도미노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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