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자동차인데 「색깔이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태극문양과 4괘를 정확히 그렸지만 왠지 태극기가 어색해 보이는 경우도 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미세한 색깔의 차이 때문이다.
사람이 육안으로 구별할 수 있는 색깔은 대략 5만∼6만가지. 그러나 공업용으로 인공합성되는 색깔은 2천5백∼3천가지에 불과하다. 기술이 예민한 사람의 눈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색깔은 상품의 「숨은 경쟁력」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색깔을 상대비교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에서 수입한 표준물질을 기준으로 「명도가 2도 높다」 「채도가 낮다」는 식의 비교만 해온 것. 색깔을 절대측정할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표준연구원은 9일 「색깔을 되찾았다」고 발표했다. 황산바륨 또는 폴리테트라플로르에틸렌(PTFE)을 이용하는 절대 분광(分光) 반사율 측정시스템을 개발, 색채분석 오차를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텅스텐할로겐전구에서 발생한 빛을 대상물질에 쬔 뒤 반사되는 빛을 분광기에 넣어 스펙트럼을 분석해 색깔을 구별하는 첨단 측정장치다. 색깔마다 다른 파장을 분석해 색을 구별하기 때문에 오차가 선진국 수준인 0.2% 이하를 밑돈다.
또 색깔분석에 걸리는 시간을 수시간에서 수십초로 크게 앞당겨 국제경쟁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 2.5㎝를 1천24개 단위로 쪼개 파장을 검출할 수 있는 특수광검출소자를 세계 최초로 제작, 적용한 결과다.
10년동안 이 시스템을 개발해온 양자연구부 김창순박사는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해방이후 색깔기준이 전혀 없던 태극무늬의 색깔을 정하게 된 게 첫번째 성과』라고 말했다.
이미 제작된 태극기의 색깔을 분석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태극무늬를 이루는 색깔의 「본 모습」을 찾아낸 것.
총무처는 연구결과에 따라 태극무늬의 파란색 채도를 종전보다 약간 높여 지난 10월 태극기의 기준색깔을 고시했다.
김박사는 『색깔 표준기관인 표준과학연구원은 그동안 미국 국립표준원(NIST)으로부터 색채기준 물질을 수입해 색깔 표준으로 삼아왔다』며 『이로 인해 국내의 색채측정 오차는 눈으로 구별이 가능한 1%대를 넘나들어 국산품의 보이지 않는 「감점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표준연구원은 내년부터 순백색의 「색깔 표준판」을 제작해 기업에 제공할 계획이다. 표준 색깔이 정확해진 만큼 제품의 색깔이 국제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최수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