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는 지난 봄 오해석교수(전산학)를 부총장에 임명했다. 40대의 전자계산소 소장이 하루 아침에 부총장으로 승진한 것은 대학사회에서 파격적인 일이다.
오부총장의 주요 역할은 대학 전체의 정보화를 관장하는 것. 요즘 기업에서 유행하는 말로 최고정보책임자(CIO)다.
숭실대는 지난해 대학정보화 평가에서 3위라는 좋은 성적을 낸 후 아예 「정보화에 앞서가는 대학」이란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CIO부총장」을 임명한 것이다.
오부총장은 『부총장이 되고 나서 웬만한 지출은 전결 처리하게 됐고 단과대학 등 학내 기관들간의 업무조정도 훨씬 쉬워졌다』고 말한다. 숭실대는 오부총장 취임후 벤처정보기술원의 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고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케이블TV 원격강의 등 굵직굵직한 정보화사업을 거침없이 해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권용래교수는 「본부장」 명함을 들고다닌다. 지난 4월 도서관과 전자계산소를 합쳐 종합정보본부가 만들어지고 권교수가 본부장에 임명된 것이다. 기업체에나 있을 법한 본부장 직제를 만든 이유는 기업 마인드로 대학내 전산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이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자체 개발하는 한편 미국 유명 대학과 비슷한 수준으로 디지털화된 도서관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다.
고려대 최영익부총장은 『앞으로 교직원을 뽑으면 정보전산원으로 먼저 발령내고 정보화 실력을 익힌후 2, 3년후에 현업부서로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대는 「정보화는 필요성이 발생하는 부서에서 책임진다」는 원칙을 세웠다. 모든 직원이 입시 취업 학사행정 등 고유 업무를 다룰 때 정보전산원의 도움 없이도 척척 처리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학정보화 평가 결과 대학의 정보화 책임자인 전산소장(정보전산원장)이 대학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교무위원회에 참석하는 비율이 일반대학의 경우 5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평가에서 대부분 전산소장들이 비교무위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1년 사이에 전산소장의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물론 일부 대학에서 대학 평가에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총장이 서둘러 전산소장을 교무위원으로 임명한 예도 더러 있었지만 그런 현상 자체가 대학 조직이 「정보화바람」 때문에 뿌리부터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학진기자〉-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