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기]남송현/검사 기피가 병 키운다

  • 입력 1997년 10월 16일 07시 43분


지난 10여년 동안 매일 술을 마시다시피 하여 알코올성 간염으로 고생하다 2년전부터는 당뇨까지 겹친 박모씨(51). 좋아하던 술도 며칠씩 참아야 했고 약을 복용하며 식사량을 조절하느라 무척 애를 먹고 있었다. 상태가 조금 좋아지자 그는 가족 몰래 다시 술을 입에 댔다. 당연히 혈당이 높아졌고 병원을 다시 찾은 그는 그때마다 술을 끊으라는 주의를 듣곤 했다. 그가 며칠전 오른쪽 가슴 위가 뻐근하다며 헐레벌떡 찾아왔다. X선 검사를 해 보니 아무런 이상도 발견할 수 없었다. 흡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당뇨와 음주에 대해서만 주의를 준 뒤 흉통에 대해서는 좀 더 두고 보기로 했다. 그는 한달 뒤 오른쪽 가슴 위가 계속 뻐근하다며 파스를 붙인 채 다시 찾아왔다. 진찰 결과 여전히 특이한 사항을 발견할 수 없었다. 폐의 이상에서 올 수 있는 기침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심한 흉통은 분명히 내부적인 이상 신호였다. X선검사를 하자고 하자 그는 한달전 검사에서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며 거부했다. 싫어하는 검사를 억지로 시킬 수 없어 그냥 돌려보냈으나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그로부터 다시 한달이 지나 그가 또 모습을 보였다. 당뇨와 간염이 더 심해진 상태였다. 이때에도 가슴의 같은 장소가 더 심하게 결린다고 했다. 아무래도 이상하여 억지로 X선 촬영을 했다. 그 결과 뜻밖에도 심한 폐결핵이 우측 폐를 좀먹고 있지 않은가. 그동안 환자가 겪었던 가슴의 통증이나 결림은 우측폐의 염증 때문이었다. 이런 경우 폐속의 염증에 따른 흉통이기 때문에 파스를 붙여보아야 효과가 없다. 환자는 두달전에 X선검사를 해 보았고 꾸준히 규칙적으로 병원을 찾았기 때문에 새로운 검사가 망설여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달전 병원을 찾았을 때 X선검사를 해 보았더라면 병을 더 일찍 발견하고 고생도 덜 했을 것이다. 만성음주나 당뇨는 특히 결핵과 같이 기본체력을 갉아먹는 소모성 질환을 잘 일으킨다. 같은 장소에 통증이 계속되면 병원에서 진찰과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병에 관해서는 의사가 전문가다. 전에 했던 검사라도 의사가 권할 경우 다시 해보는 게 현명하다. 병에 따라 증세가 하루가 다르고 일주일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02―595―9510 남송현(남송현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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