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스폰지」,문화-쇼핑 한꺼번에…가상공간「원스톱마켓」

  • 입력 1997년 10월 8일 07시 38분


세련된 포장의 웹진(webzine) 하나가 새롭게 탄생했다. 이름은 「스폰지」(www.sponge.co.kr). 「지하 유인물」처럼 뜻맞는 사람들끼리 공유하는 동인지 성격이었던 기존의 국내 웹진과는 사뭇 다르다. 인터넷상에서 보는 것일 뿐 별자리로 보는 운세, 음악 영화 등으로 구성된 문화란이 있는 것 등 완성도나 체계가 젊은이 대상의 종이로 된 상업잡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스폰지」가 세련된 까닭은 상업성 덕분이다. 스폰지는 데이콤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www.interpark.com)가 손님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만든 잡지. 대표는 「구보씨」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진 작가이자 문화평론가 주인석씨다. 그래서 스폰지는 「인터넷을 두드리는 젊은 소비자들」을 위한 문화 쇼핑 복합형의 원스톱마켓(One Stop Market)이다. 음악 영화 만화 책소개 연극 미술전시회 등을 컬러화면의 모니터로 일별한 뒤 곧바로 「인터파크」로 들어가 스폰지에서 본 영화나 연극 티켓을 예매할 수도 있고 책과 CD도 주문할 수 있다. 열려있는 매장인만큼 「스폰지」자체의 이용료는 없다. 스폰지에서는 「끼리끼리」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컬트적인 내용, 기성권위를 거스르려는 젊은이다운 일탈충동도 엿보인다. 「죽기전에 꼭 볼 일본만화 50편」을 선정한 기획이 그 예. 편집장 이명석씨는 『한해 21억권이 출간되는 일본만화중에 한국청소년이 보아서 문제가 될 만한 쓰레기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곳곳에 상업주의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지만 작품의 질이 낮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치열한 경쟁논리속에서 눈부신 걸작들이 탄생하고 있다』고 「우리가 일본만화를 보아야할 이유」를 밝힌다. 지난 1일 첫회에 소개된 작품은 「내일의 조」 「곤」 「터치(TOUCH)」 3종류. 「의사소통의 쌍방향성」이라는 전자공간적 특성도 뚜렷하다. 「게임 대 픽션」으로 명명된 소설코너는 독자들이 직접 참여해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 일종의 하이퍼픽션(hyperfiction). 두 작가가 각기 다른 내용으로 소설을 써나가고 인터넷 이용자가 그중 마음에 드는 스토리를 선택해 승자를 정하면 그 다음 이야기가 진행된다. 개설축하 특별이벤트인 「세기말 파티」는 스폰지의 문화적 취향과 세계관을 확연히 드러내는 기획이다. 영어 알파벳 순서에 따라 세기말을 특징짓는 키워드를 소개한 이 기획의 「A」항 초대손님은 외계인(alien)들. 세기말 우리의 존재를 위협하는 「외계의 존재」에 대한 공포심과 호기심은 이미 X파일과 영화 「맨 인 블랙(Men in Black)」으로도 확인됐다. A항으로 들어간 이용자는 영화 「맨 인 블랙」의 홈페이지까지 손쉽게 접속할 수 있다. 「Y」는 스폰지를 보는 모든 독자(You)를 향한 긍정과 부정의 함축이 담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당신. 우리들 대부분은 아마도 두개의 세기를, 그리고 두개의 천년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당신은 이번 천년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다음 천년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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