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훈씨 「우리 꽃 100선」…유래-쓰임새 담아

  • 입력 1997년 6월 17일 07시 54분


구멍가게의 「창포비누」나 「창포샴푸」에 그려진 꽃이 사실은 창포가 아니라 붓꽃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최근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는 검은 쌀의 원산지가 신라땅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또 몇이나 될까. 잎과 꽃이 평생 만나지 못하고 서로를 그리워한다고 해서 상사화라고 불리는 절꽃. 상사화가 유독 절간에 많은 것은 우리 인쇄문화의 요람이었던 사찰에서 제본에 필요한 접착제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우리 주변에 성(姓)도 이름도 바랜 채 소리없이 피었다가 지고, 그리고는 또 다시 피어나는 꽃 꽃 꽃…. 그 꽃이 너무도 예뻐서 이세상이 아니라 「저세상에서 피어날 희망」을 본다는 오병훈씨(도서출판 생명의 나무 대표). 「자생식물연구회」 등에 몸담고 있으면서 꽃사랑에 불타 전국을 헤매온 그가 책을 냈다. 「꽃이 있는 삶―민속으로 본 우리꽃 100選」. 이땅에서 자라는 우리꽃 1백여종의 유래와 쓰임새를 꼼꼼히 정리했다. 우리 고전과 선인들의 저작을 통해 우리꽃에 얽힌 뜻과 사람과의 「인연」을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한 점이 여느 생물도감류와 다르다. 이 땅의 삶 속에서 꽃과 나무가 어떻게 자리매김해왔는지 연원을 더듬었다. 『한동안 만병통치약이라고 해서 씨를 말리다시피 한 고로쇠나무의 원명은 골리수(骨利樹)지요. 경칩이 되자마자 수액이 올라요. 겨우내 방안에 틀어박혀 있던 노인들이 각기병 등에 좋다고 해서 즐겨 마셨지요』 그러나 이 단풍나무의 수액은 당분이 좀 섞여있을 뿐 아무런 의학적 효능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당뇨병과 비만에는 더 나쁠 수 있다고. 그는 『오히려 옛사람들이 즐겨 먹었던 명아주 쇠비름 질경이 같은 나물은 현대의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는데도 외면당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한다. 그의 꽃사랑은 요즘 환경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물 살리기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입만 열면 『물풀(水草)을 심자』는 주장이다. 『갈대는 1㎡만 심어놓으면 22만개의 기공에서 엄청난 산소를 뿜어냅니다. 그런데 우리 한강은 어떻습니까. 수초가 자라야 할 자리에 시멘트 콘크리트가 버티고 있어요. 「숨이 막힌」 물이 생명을 잃고 썩어들어가는 것은 정한 이치 아닙니까』 〈이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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