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중견전자유통社 『휘청』…컴퓨터 판매구조 재편조짐

  • 입력 1997년 2월 13일 20시 34분


[박현진기자] 용산전자상가를 거점으로 하고 있는 중견 컴퓨터유통업체들이 잇달아 쓰러지면서 용산전자상권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부도여파로 컴퓨터 유통업계의 판도가 중소 소매상과 대기업 위주로 재편될 조짐이다. 아프로만의 부도에 이어 연 매출액 1천억원이 넘는 중견업체인 S정보통신이 지난 12일 외환은행 장안지점과 보람은행 압구정지점에 돌아온 30억원의 어음을 막지못해 1차부도를 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체 발행한 어음 6백억원이 계속 돌아오고 있고 아프로만에 지급보증한 금액이 3백40억원에 달해 최종 부도를 막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아프로만 소프트라인(96년 부도)과 함께 3대 중견 유통업체로 알려진 H소프트는 지난 12일 가까스로 어음을 막고 부도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아프로만과 S정보통신에 2백억원이 넘는 자금이 물려있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13일 두 업체의 사무실에는 직원들이 전화를 받지 않고 있으며 회사물품을 직원들이 몰래 처분하고 있는것으로알려지고있다. 아프로만에 이어 두 업체까지 쓰러지면 거래업체들도 큰 타격을 입게될 전망이다. 지급보증이 복잡하게 얽혀있으며 백지어음에 배서한 금액까지 합치면 부도금액은 3천억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자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컴퓨터연합회 金相彦(김상언)회장은 『아프로만을 비롯해 두 회사와 거래관계에 있는 1천2백여개의 업체가 부도 또는 자금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M전자 J전자 등 제조업체의 피해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도를 낸 아프로만이나 부도위기에 몰린 S, H사는 모두 중견 유통업체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가격파괴를 주도해온 공통점이 있다. 2,3년전부터 가격파괴를 주도해오면서 적자가 누적되고 무모한 매장확장과 과다한 광고비 지출 등으로 외형늘리기에 급급한 것이 부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한보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자금조달이 어려워 진 것이 결정타가 됐다. 이번 부도여파로 용산상가는 상당기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에서 컴퓨터 유통업계가 가격파괴 등의 파행적인 운영에서 벗어나는전화위복의계기가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회장은 『중간 유통단계에서 가격파괴를 주도했던 중견 유통업체들이 쓰러지면서 대기업과 중소상인을 양축으로 컴퓨터 소프트웨어 제값받기 풍토조성 등 정상적인 유통관행이 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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