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내 안의 ‘어린왕자’에게 안부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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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들 모두 처음에는 어린이였다.―‘어린왕자’(생텍쥐페리·더스토리·2016년) 》
 
이달 초 찾은 서점에서 초판본 디자인으로 재발간한 책 ‘어린왕자’가 눈에 띄었다. 수첩만 한 크기여서 ‘출퇴근길에 볼 수 있겠다’는 가벼운 심정으로 책을 골랐다. 하지만 한 번 잡은 책에서 좀처럼 눈을 떼기 어려웠다.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질 거야’라는 문장을 포함해 몇몇 문구에선 바쁜 일상에 잊고 지냈던 가벼운 설렘마저 느낄 수 있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소행성에서 장미꽃을 돌보다 꽃의 까다로운 성격에 지친 어린왕자가 다른 별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별에서 왕(권력형), 허영쟁이(자기과시형), 술꾼(자포자기형) 등을 만난다. ‘어른들은 이상해’라고 말한 어린왕자는 마지막 별인 지구에서 만난 여우의 말에 깨달음을 얻는다. “네가 길들인 것에 책임이 있으니까 너의 장미는 네가 책임져야 해.”

초등학교 시절부터 몇 차례 읽었던 어린왕자였지만 이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책의 화자인 비행기 조종사 모습에 작가 생텍쥐페리가 겹쳤다. 실제로 생텍쥐페리는 비행기 조종사였고, 리비아 사막에 불시착해 닷새 만에 구조됐다. 소설 속 조종사도 사고로 사막에 불시착해 어린왕자를 만난다.

어린 시절 코끼리를 통째로 삼킨 보아뱀을 그리며 화가를 꿈꾼 조종사.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자 꿈을 포기한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그 역시 정치와 넥타이를 이야기하는 어른으로 살아간다. 어린왕자를 만나 어릴 적 자신의 순수한 모습을 되찾기 전까지는. 어쩌면 소설 속 조종사가 만난 어린왕자는 비행기 추락사고 후 죽음의 문턱에서 떠올린 자신 속에 잠재돼 있던 ‘어린시절의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생전 마지막 작품이었던 어린왕자를 쓴 생텍쥐페리 자신이 되찾고 싶었던 순수한 시절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냥 목차만 훑어보려던 책을 마지막 장까지 넘기고 말았다. ‘어른들 모두 처음에는 어린이였다’는 문장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다. 지금 나는 지난 어린 날의 나를 잊고 사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어른들 모두 처음에는 어린이였다#어린왕자#생텍쥐페리#더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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