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여기는 리우] 리우에 만족하면 리우로 끝난다…‘사격황제’ 진종오의 무한도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8월 12일 05시 45분


‘사격황제’ 진종오는 11일(한국시간) 올림픽 슈팅센터에서 벌어진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 50m 권총 결선에서 우승해 세계사격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단일종목 3연패를 달성했다. 진종오가 금메달 확정 직후 자신의 권총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사격황제’ 진종오는 11일(한국시간) 올림픽 슈팅센터에서 벌어진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 50m 권총 결선에서 우승해 세계사격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단일종목 3연패를 달성했다. 진종오가 금메달 확정 직후 자신의 권총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50m 권총 올림픽 3연패 넘어 4연패로

“3등에 만족하면 3등으로 끝날 때 많아”
6.6점 실수 불구 끝까지 금메달 조준
“40대도 할 수 있다” 도쿄올림픽 도전
“많이 힘들지? 난 죽겠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준비하며 힘들어하던 김장미(24·우리은행)를 향해 ‘사격황제’ 진종오(37·KT)가 살짝 말을 걸었다. 4년 전 런던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둘의 부담은 실로 컸다. 애써 감추려고 했지만, ‘하늘이 점지해준다’는 올림픽 금메달을 당연시하는 주변의 기대를 이겨내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평소 많이 마주칠 수 없었던 까마득한 후배에게 건넨 농담은 그의 진심이었다.

극심한 중압감 탓일까. 진종오는 이번 올림픽 첫 번째 메달 도전에선 실패했다. 7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의 올림픽 슈팅센터에서 벌어진 남자 10m 공기권총을 5위로 끝냈다. 런던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종목이기에 더욱 아팠다. 대회를 앞두고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는 차영철 코치에게 “감이 오지 않는다”며 우려했지만, 정작 결과가 나오자 큰 충격에 휩싸였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갈 때는 기자들에게 “미안하다”고까지 했다.

2008베이징올림픽과 런던올림픽에서 금빛 쾌거를 달성한 남자 50m 권총, 마지막 결전까지 시간은 많지 않았다. 해법은 간단했다. ‘처음처럼’이었다. 진종오는 10m 공기권총을 앞두고 자신을 수없이 채찍질했다. ‘식사 ○○분’, ‘샤워 ○○분’ 형식으로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면서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더 이상은 무리였다.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좋은 글귀를 담은 책을 읽으면서 훈련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편안하게 행동했다. ‘내려놓음’도 있었다. ‘올림픽 메달은 내가 따고 싶다고 딸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자신에게 ‘여유’를 선물했다.

10일 야외 사격장에서 펼쳐진 50m 권총 본선에서 567점을 쏴 1위로 결선에 올랐다. 결선을 치른 11일에는 장소를 실내로 옮겼다. 운명의 20발. 역시 8발부터 탈락자를 가리는 방식이었다. 이때까지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10.0점을 쏜 것은 3회에 불과했다. 4번째 시리즈, 9번째 발에선 겨우 6.6점이 나왔다. 조준 실패. 외마디 탄식이 터졌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잠자던 그가 깨어났다. 이후 “한 발 한 발에 인생을 걸었다.” 보여주는 사격이 아닌, 스스로를 위한 사격을 했다. “꼭 메달보다는 ‘진종오답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표정변화 없이 10점대의 고공비행을 하는 동안, 경쟁자들이 먼저 떨어져 나갔다. 1명씩 탈락자가 나오고, 최후의 3인이 남았다. 사흘 전 진종오를 누르고 베트남에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호앙 수안 빈과 북한 김성국이 마지막 경쟁자들이었다.

여기에서 관록이 드러났다. “3위권을 확정하며 안심은 됐지만, 국제대회를 뛰다보니 3등에 만족하면 3등으로 끝날 때가 많았다.” 진종오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초반 1·2위를 다투던 김성국이 3위(172.8점)로 결선을 마쳤고, 호앙 수안 빈은 8.5점과 8.2점을 쏴 2위로 밀려났다. 진종오는 10.0점과 9.3점을 쐈다.

193.7점의 진종오는 올림픽기록을 세우며 대한민국에 이번 대회 4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세계사격 역사상 올림픽 단일종목 3연패를 달성한 이는 그가 처음이다. “내 인생에 가장 기억에 남을 금메달이다. 후회를 남기지 않고 싶었다.”

이미 다음 스텝도 계획했다. 물론 현역 은퇴가 아니다. 메달리스트 공식 인터뷰에서도 그는 “은퇴는 없다. 정정당당히 후배들과 겨뤄 계속 뛰겠다”고 선언했다. 당연히 2020도쿄올림픽에 대비한다.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진종오는 “40대에도 계속 사격을 할 수 있다. 배려와 운이 아닌, 실력으로 도쿄올림픽에도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언제나 만족하지 않는, 그래서 항상 배고픈 황제는 다시 선수의 삶으로 또 다른 4년을 준비한다.


진종오

▲생년월일=1979년 9월 24일
▲키·몸무게=175cm·78kg
▲출신교=춘천교대부속초∼남춘천중∼강원사대부고∼경남대
▲소속=kt
▲주요 성적=2004아테네올림픽 50m 권총 은메달, 2008베이징올림픽 50m 권총 금메달·10m 공기권총 은메달, 2010세계사격선수권 50m 권총 단체전 금메달,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50m 권총 단체전 금메달·10m 공기권총 단체전 금메달, 2012런던올림픽 50m 권총 금메달·10m 공기권총 금메달, 2014세계사격선수권 50m 권총 금메달·10m 공기권총 금메달, 2014인천아시안게임 10m 공기권총 단체전금메달,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50m 권총 금메달


남장현 스포츠1부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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