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의 SNS 민심]“네팔 지진 돕자”… 정부 역할 뛰어넘는 SNS 구호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네팔 도와주세요. #HelpNepalChildren. 나눠야 할 것 같아서….”

4월 28일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온유가 올린 이 트윗은 4월 29일 오후 5시 현재 8118회 리트윗됐다. 네팔을 위한 해시태그 캠페인은 세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달구었다. 김연아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1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억 원을 기부했다. 유니세프 측은 “김연아의 기부금은 피해 어린이들을 위한 영양, 식수위생, 보건, 보호사업 등에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구호활동을 펼치기 위해 네팔 현지로 떠났다.

지난 1주일 동안 ‘nepal(네팔)’을 검색한 구글 웹문서만 1억3800만 개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4월 22일부터 28일까지 트위터와 블로그에 올라온 한글 가운데 ‘네팔’을 언급한 것만 약 7만4143건이다. 지진이 일어나기 이전인 4월 22∼24일 하루 100건 내외이던 네팔 언급량은 지진발생 당일인 25일에 9466건, 26일엔 1만8508건, 27일엔 1만7968건, 28일엔 2만7661건을 기록했다. 유명인들이 네팔 돕기에 나서면서 팬덤이 결합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81년 만에 일어난 네팔 대지진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25일 네팔 카트만두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력한 지진으로 29일 현재 5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엔은 네팔 인구의 4분의 1인 800만 명이 영향을 받았고 140만 명이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여진에 따른 피해도 잇따르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 소셜미디어의 위력은 대단하다. 50만 명의 사상자를 낸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는 모금 및 구호활동뿐 아니라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아이티 지도를 재구성하는 거대한 협업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는 통신 장애 때문에 전화통화를 할 수 없는 수많은 피해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았다.

이번 네팔 대지진에는 SNS의 참여가 보다 조직적이다. 페이스북은 ‘안전점검(Safety Check)’ 도구로, 구글은 ‘사람찾기(Person Finder)’ 서비스로 애플과 함께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생존자 확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들은 성금모금도 시작했다.

국내 업체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다음카카오는 5월 26일까지 대한적십자사, 월드비전 등 국제구호단체와 함께 자사 모금 플랫폼 ‘희망해’에서 네팔 강진 긴급구호 모금 캠페인을 진행한다. 기부를 원하는 이용자들은 희망해 사이트에서 ‘네팔의 아픔이 멈추길 희망해’ 캠페인에 참여하면 된다. 이용자가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 캠페인 내용을 공유하거나 ‘희망댓글’을 작성하면 건당 100원씩 ‘매칭그랜트’식으로 기부가 이뤄진다.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도 모금활동에 나섰으며 통신 회사들도 할인정책을 비롯한 다양한 구호활동을 시작했다. 정부의 역할을 뛰어넘는 글로벌하고 조직적인 SNS 대응이 시작된 셈이다.

네팔과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는 단연 ‘지진’이었다(5만5418건). 초대형 지진과 피해에 대한 사실을 속보성으로 퍼 나른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뜻이다. 이렇게 트윗과 리트윗을 거쳐 지진 이야기는 세계인의 가슴속으로 전파됐다. 2위는 1만2460건의 ‘복구’가, 3위는 1만1825건의 ‘국제사회’가, 4위는 1만1712건의 ‘힘 모으다’가 차지해 대지진을 복구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5위는 1만957건의 ‘어린이’가 차지했다. 네팔과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6위부터 10위까지는 고통, 유니세프, 기부, 사망자, 희생자 등이 차지했다.

정부는 강진이 발생한 네팔 체류 여행객 등 우리 국민의 조기귀국을 지원하기 위해 30일 국적기 1편을 네팔 노선에 투입하기로 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Psyc*****님이 26일 올린 “네팔 영사관에 전화했다. 한인회 번호를 알려준다. 한인회에 전화를 하니 전혀 모르는 반응이다. 유일하게 바쁘게 움직여주는 건 한국 공무원이 아니라 네팔 식당 주인이다”라는 트윗은 2167회 퍼졌다.

29일 카트만두의 명소인 ‘칼리마티 바자르’도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네팔 최대의 채소시장이다. 트럭들도, 사람들도 오가기 시작했다. 어렵사리 살아남은 자들의 일상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시작된 소중한 일상이 완전히 복구되기까지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의 구호 열기가 더 장기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SNS에 끈기도 있을까.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네팔#온유#해시태그 캠페인#김연아#엄홍길#카트만두#매칭그랜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