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의 SNS 민심]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 SNS ‘싸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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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공무원연금 개혁하랬더니 국민연금 개혁하고 있네요.”

여야가 합의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날카로운 촌평이다.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편안에 대해 청와대가 ‘명백한 월권’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내놨습니다.”

최근 공무원연금이 포함된 트위터 글 가운데 가장 많은 리트윗을 기록한 글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국회 본회의 처리가 결국 무산됐다. 여야는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6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려 했으나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인상’을 명기한 수정안을 새누리당이 거부하면서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 유승민,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 구성안을 담은 국회 규칙 부칙에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의 목표치를 50%로 한다’ 등의 내용을 첨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이 합의안에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 의원총회 추인을 받지 못했다. 합의안에 대한 청와대의 불만이 여의도 국회를 기능 정지로 만든 양상이다.

유 원내대표는 합의 처리 불발에 사과했고 새정치연합은 즉각 5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다. 청와대와 공무원 노조는 각기 다른 이유로 합의안을 반대했다. 개혁안은 국민연금을 연계시킴으로써 확전의 조건을 두루 갖춘 셈이 됐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안과 관련해 “국민 참여 없는 국민연금 개혁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그러면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관심은 어땠을까.

정치권이 사활을 건 전투에 나섰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4월 28일부터 5월 5일까지 트위터, 블로그 등에서 공무원연금을 언급한 문서는 2만260건 남짓 검색됐다. 하루 언급량이 1만 건을 상회한 적도 거의 없다. 국가 재정의 미래가 걸린 중요 사안임에도 SNS에서는 차라리 개그맨 장동민의 여성폄훼 발언 논란이나 세기의 복서 매니 파키아오의 기부 소식이 더 뜨거웠다.

일단 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들어도 무슨 말인지 선뜻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만 봐도 국민이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공무원연금과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는 역시 9989건의 개혁이었다. 2위는 이번에 쟁점이 된 국민연금이 차지했고(5264건) 3위는 김무성 대표(2812건)가, 4위는 국회(2523건), 5위는 대통령(2151건), 6위는 새누리당(2101건)이었다. 여야 합의안이 나왔을 때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보다 훨씬 더 많이 거론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보수층의 반발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부패 척결과 4대 개혁 과제 해결에 힘을 실어줄 것인지, 공무원연금 담합처럼 계속 뒤통수를 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적인지 동지인지 구별해서 판단할 것 아닌가?” 이처럼 새누리당 지도부를 겨냥한 보수진영 내부의 반발이 많이 포착됐다. 청와대의 압박과 이 같은 여론이 결국 새누리당의 합의 파기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7위는 문재인 대표, 8위는 재정, 9위는 소득, 10위는 새정치연합 순이었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좋은예산센터 김태일 소장의 지적처럼 “현상을 그릇되게 이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무원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도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후하게 설계돼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민간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를 보상해준다는 측면과 퇴직금이 거의 없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미래세대에게 국민연금의 부담을 떠넘기는 방법에 대해서도 신중론이 우세한 편이다.

정말 중요한 문제인데 전쟁하듯 ‘해치울’ 필요가 있을까. 해법이 어려운 만큼 이해당사자와 국민이 폭넓게 참여하는 소통과 논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에는 애초부터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아가 여야는 법인세 문제를 비롯한 재정의 지속가능성 담보라는 국가 미래전략의 틀 안에서 이 문제를 매우 공정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공무원연금 개혁#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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