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공작새는 다른 공작새의 꼬리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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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새는 다른 공작새의 꼬리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모든 공작새는 자기 꼬리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작새는 평화로운 새이다. ―행복의 정복(버트런드 러셀·문예출판사·2009년) 》

먹고살 만큼 월급을 받는다. 조금 좁지만 어쨌든 ‘내 집’에 산다. 착하게 자란 아들딸이 있다. 그런데도 행복하지 않다. 대학 동창의 연봉, 직장 동료의 아파트, 이웃집 아이의 성적에 기가 죽는다. 인간의 감정 중 질투가 가장 불행하다고 했던가. 자신이 가진 것에서 즐거움을 얻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에서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질투는 경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우리는 닿을 듯한 행복을 쥔 사람에게 질투를 느낀다. 저자는 그 예로 17세기 위대한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라이프니츠와 호이겐스(하위헌스)가 주고받은 편지를 소개한다. ‘뉴턴의 의식이 흐려졌다’며 탄식하는 내용이 적지 않았다는 것. 악어의 눈물로 위장했지만 두 위인은 경쟁자의 떠도는 소문에 내심 고소해했다.

그렇다고 경쟁에 놓인 누구나 질투에 휩싸이는 것은 아니다. 질투는 사물을 비교해 보려는 데서 비롯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만약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기에 적정한 월급을 받는다면 만족을 느껴야 마땅하다. 하지만 질투가 많은 사람은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두 배 많은 월급을 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불행의 감정에 사로잡힌다.

비교하는 습관은 치명적이다. 즐거운 일이 생겼을 때에도 그 일을 충분히 즐길 수 없다. 다른 사람은 자신보다 훨씬 행복할 것이라고 상상하기 때문이다. 비교는 무익할 뿐만 아니라 어리석다. 비교를 하기 시작하면 끝이 있을 수 없다. 현명한 사람은 자신에게 찾아오는 기쁨을 매순간 즐길 줄 안다.

아울러 저자는 불필요한 겸손도 미덕이 아니라고 말한다. 극단적으로 겸손한 사람들은 평소 주변의 사람들에 비해 자신이 뒤떨어진다는 생각에 질투와 불행의 감정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비교도, 불필요한 겸손도 새해가 되기 전에 이별하자.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공작새#내 집#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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