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돈 풀기만으로는 못 빠져나오는 복합불황의 늪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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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과 진보는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했고, 이제 인류는 항상 성장하고 진보해야만 존재하는 생명체가 되었다. 그러나 2008년을 전환점으로 성장의 한계에 부딪치면서 ‘전환형 복합불황’의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세계가 일본 된다’(홍성국 지음·메디치미디어·2014년) 》

시중에 돈을 풀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 일자리는 줄고 소비와 투자, 저축이 모두 얼어붙었다. 재정은 바닥나서 복지가 축소되고 경기는 후퇴한다. 미래 전망이 불투명하니 출산율이 떨어지고 인구가 줄어든다. 파이가 줄어든 사회에선 다툼과 갈등, 폭력이 잦아진다.

‘잃어버린 25년’의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 사회의 현주소다. 성장과 물가, 투자, 금리가 역사상 최저 수준에 머무는 ‘신 4저(低)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볼 수만은 없다. 저자인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은 “일본형 장기불황이 전 세계적 현상으로 확산돼 세계가 ‘일본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인구 고령화와 소비 위축, 재정 부채 등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에서 일본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도와 시간 차이는 있지만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미국까지 일본과 유사해지고 있다. 한국이나 중국도 전체적인 모습에서 일본을 따라가는 형국이다.

일본식 장기 불황은 디플레이션과 비슷해 보이지만 경제적 현상을 초월하는 사회의 ‘거대한 변환’에 가깝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디플레이션, 구조화된 경제위기, 사회 전체의 전환이 모두 결합된 ‘전환형 복합불황’이라는 것이다.

섬뜩한 전망을 읽다보면 정신이 번쩍 들게 된다. 저자는 “일본과 비교할 때 한국은 아직 여유가 있지만 변화의 속도는 더 빠르다”며 “자칫하면 준비 부족으로 ‘전환형 복합불황’에 급히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재정정책과 양적완화정책 등 성장 시대 논리가 아닌 근본적인 대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곱씹어 볼 만하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복합불황#성장#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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