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탱크는 쉽게 만들면서 학교 짓는 것은 왜 이리 어려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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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탈레반 대변인 무슬림 칸이 여자들은 학교에 가거나 서양 방식을 배워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나는 말했다. “교육은 교육입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배워야 하고 그 다음 갈 길을 선택하면 되는 것입니다.” 교육은 동양적인 것도 서양적인 것도 아닌 인간적인 것이다. ―나는 말랄라(말랄라 유사프자이, 크리스티나 램 지음·문학동네·2014) 》

지금으로부터 2년 전. 파키스탄 서북부 스와트밸리에 살던 열다섯 살 소녀 말랄라는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친구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고 있었다. 여학생 스무 명과 선생님 세 명이 간신히 끼어 앉은 버스는 덥고 끈끈했다. 한창 다음 날 시험 걱정에 골몰하고 있는데, 길모퉁이를 돌아선 버스가 갑자기 멈춰 섰다. “말랄라가 누구냐?” 대답을 하기도 전에 탕, 탕, 탕, 세 발의 총소리가 울렸다. 총알은 말랄라의 왼쪽 눈 옆을 뚫고 들어가 왼쪽 어깨로 빠져나왔다.

말랄라는 열한 살 때부터 영국 BBC방송 웹사이트에 ‘굴 마카이’라는 필명으로 일기를 올렸다. 탈레반의 억압과 공포, 학교 이야기를 일기에 썼다. 탈레반은 여자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도록 여학교를 폐쇄하고, 아예 학교 건물을 폭파했다. 탈레반은 발병도 하기 전에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율법에 어긋난다며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말랄라는 이런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해 세상의 관심을 끌었다. 탈레반이 말랄라에게 총을 겨눈 이유였다.

말랄라는 다행히 영국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살아나 이 자서전을 썼다. 여느 10대 소녀들처럼 팝스타 저스틴 비버를 좋아하고,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빠진 순수한 소녀를 탈레반과 맞서는 전사로 만들고, 결국 총탄을 맞게 한 것은 어른들의 무관심이었다.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말랄라는 10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무관심한 어른들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강하다는 나라들이 평화를 가져오는 데는 왜 이렇게 약한가, 총을 주는 것은 쉽게 하면서 책을 주는 것은 왜 이렇게 어려운가, 탱크는 쉽게 만들면서 학교를 짓는 것은 왜 이렇게 힘든가.”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학교#탈레반#무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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