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축복 기다리는 信者들에게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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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14∼18일 방한… 세계는 왜 프란치스코에 열광하는가
눈-코-입 분간 어려운, 신경섬유종증 환자 포옹-입맞춤
강론중 연단 뛰어오른 아이… 인자한 미소로 머리 쓰다듬어
이-팔 분리장벽 앞 깜짝 기도… 평범-겸손한 언행에 세계가 감동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권위를 버린 파격적인 행보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교황에 대해 “새로운 ‘핀업’(벽에 핀으로 사진을 꽂아 둘 만한 롤 모델)의 등장”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대중이 열광한 교황의 모습은 무엇일까. 교황 선출 이후 ‘결정적 순간’ 베스트 5를 꼽아봤다.

지난해 11월 6일 바티칸시티 성 베드로 광장. 교황은 5만여 명의 군중 사이에서 눈, 코, 입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얼굴이 온통 종기로 뒤덮인 한 남자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그를 위해 기도했다. 신경섬유종증을 앓고 있는 이탈리아인 비니초 리바 씨(54)는 “지난 40년간, 따뜻하게 안아준 사람은 교황이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교황과 리바 씨의 뭉클한 만남은 유튜브를 통해 세계에 중계됐고, 이는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3년의 가장 가슴 따뜻한 이야기’ 2위에 올랐다.

‘꼬마 습격 사건’도 교황의 따뜻함을 알린 유명한 에피소드다. 지난해 10월 26일 세계 가족의 날을 맞아 교황이 성 베드로 광장에서 ‘조부모의 역할과 가정의 중요성’에 대한 강론에 나섰을 때다. 갑자기 한 아이가 연단에 올라 교황의 다리에 매달리더니 목에 걸린 십자가에 입맞춤을 했다. 아이는 천연덕스럽게 교황의 의자에 앉기도 했고, 교황을 알현하기 위해 다가서는 신자들을 가로막기까지 했다. 하지만 교황은 당황하기는커녕 인자한 미소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이날 광장에 모인 15만여 명의 군중은 이러한 교황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교황은 선출 당일부터 숱한 화제를 낳았다. 지난해 3월 13일 새 교황으로 선출된 뒤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임 교황으로부터 축복을 받고자 광장에 모인 신자들을 향해 그는 역으로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교황으로서 축복을 내리기 전 기도부터 청하는 새 교황의 겸손함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대 교황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 중 하나는 ‘전임 교황과의 소통’이다. 교황은 취임 10일 뒤 교황 여름 별장이 위치한 카스텔간돌포에서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만났다. 흰색 예복을 갖춰 입은 이들이 “우리는 형제입니다”라고 말하며 서로를 껴안는 장면, 나란히 앉아 기도를 드리는 모습은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날 만남은 가톨릭교회 역사상 전현직 교황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교황의 파격 행보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일화가 있다. 지난해 5월 사흘 일정으로 중동 순방에 나선 교황은 요르단 강 서안지구의 베들레헴을 찾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종식을 촉구했다. 이후 교황은 예수가 탄생한 곳으로 알려진 구유광장에서의 공개미사 집전을 위해 이동하던 중 분리장벽 앞에 차를 멈추게 하고 5분간 평화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 분리장벽은 이스라엘이 서안지구를 차단하기 위해 쌓은 8m 높이의 벽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 이는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는 교황의 결정적 순간 중 하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리무진#프란치스코#교황#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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