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빛과 소금으로]<8>서울 은평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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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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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동아줄로 함께”… 동네와 하나된 교회

《뉘엿뉘엿한 해를 바라보며 골목길로 접어들자 풍경이 바뀌었다. 칼국수와 해장국, 편의점, 이발관, 부동산…. 사람과 차들이 서로 엉거주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좁은 길에서 삶의 활기가 물씬 풍겼다. 붉은 벽돌을 두른 교회 입구 한쪽에는 바자회 천막, 다른 쪽에는 붕어도 아닌 잉어빵 가게가 문전성시다. 6일 찾은 서울 은평구 역촌동 은평교회(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교단)는 도심 속 시골인심을 자랑하는 교회로 유명하다. 본당과 주차장은 담 없이 그대로 외부에 개방돼 있다. 교회가 운영하는 문화공간과 청소년 상담센터, 도서관도 인근 상가와 아파트 건물에 섞여 있다. “이 동네는 서민적인 인간미가 넘치는 곳입니다. 교회와 지역 사회가 단단히 결합해 하나가 되는 게 우리 꿈입니다.”(한태수 담임목사·55)》

서울 은평구 역촌동 은평성결교회는 지역 사회의 편안한 쉼터를 지향하고 있다. 울타리 없이 길과 마주하는 교회 입구에서는 이웃을 돕기 위한 바자회가 한창이다.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서울 은평구 역촌동 은평성결교회는 지역 사회의 편안한 쉼터를 지향하고 있다. 울타리 없이 길과 마주하는 교회 입구에서는 이웃을 돕기 위한 바자회가 한창이다.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교회가 위탁 운영하는 청소년 상담 공간인 ‘Wee 센터’에서 상담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은평성결교회 제공
교회가 위탁 운영하는 청소년 상담 공간인 ‘Wee 센터’에서 상담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은평성결교회 제공
4000여 명이 출석하는 이 교회는 지역사회와의 결합과 장애인, 노인, 청소년 사역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는 6년 전 부임했을 때 장애인이 있는 가정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고 했다. 장애인들은 적절한 교육과 활동이 어려웠고, 이들을 돌보는 가족 역시 힘겨워했다. 장애인들이 출석하면 다른 신자들이 싫어한다지만 교회는 꾸준히 장애인 프로그램을 늘려갔다. 교회 내의 베데스다 선교회가 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장애인 1인당 한두 명의 자원봉사자가 교사 역할을 하며 놀이와 야외학습을 꾸려가고 있다. 초기 3명이던 장애인 참석자는 1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자연스럽게 예배를 보면서 서로 어울리고 있는 것. 이 어울림 자체가 미래를 위한 값진 교육이 된다는 것이 교회의 시각이다.

본당 건너편 골목에는 서부교육청에서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청소년 상담공간 ‘Wee 센터’가 있다. 이곳에서는 음악, 미술, 놀이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상담과 심리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2009년 개원 이후 학생 3000여 명이 상담을 받았다. 박미라 센터장은 “학생들이 갖고 있는 고민은 사실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 모두 함께 나누어야 할 짐”이라며 “종교 색채를 강조하지 않아 많은 학생이 자연스럽게 상담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12월 완공되는 은평비전센터 역시 체육관과 결혼식장, 카페, 도서관 등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한다.

열린 교회의 마음은 교회 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본당 1층에는 어린이 방과후교실과 친교실이 있어 공부와 대화의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아이들은 “한태수”라며 감히 담임목사 이름을 부른 뒤 작게 ‘목사님’을 붙이면서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몰래 다가와 ‘똥침’ 놓는 꼬마도 있어요(웃음). 어떤 학생은 사귀는 여자친구 얘기도 해요. 이 나이에 이렇게 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나요. 이게 목사 하는 재미 아닌가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술을 좋아하는 분 만나면 술은 안 먹어도 재밌게 대화하면 되잖아요.”

관심을 끌고 있는 개신교의 정치 세력화 문제도 화제에 올랐다. 교회 앞 교육관 쪽은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 그 옆쪽은 민주당 이미경 의원의 지역구란다. 그는 “교회 안에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며 “설교하는 강대상에서 정치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태수
개신교단의 사회봉사연합체인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의 공동대표인 그는 최근 교회가 원형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심각한 표정이었다.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교회를 앞세워 목소리를 높이면 안 됩니다. 힘으로 강요하는 십자군 정신보다 고난을 짊어지는 십자가 정신이 필요한 때죠. 남을 위해 희생하고, 때리면 맞고, 욕하면 욕 먹어야죠.”

한 목사와의 마지막 이야기는 일부 대형교회가 세속화로 치닫고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언제부턴가 한국 교회에 ‘짱’과 ‘뽕’ 문화가 판을 치고 있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기가 아닌 무언가가 되려는 이상한 모습입니다.”

“뽕 문화? 마약?”(기자)

“양복 어깨 모양을 잡아주기 위해 넣는 뽕이죠. 한마디로 짱 되겠다는 욕심에 서로 다투고 어깨에 힘주는 거죠. 교파와 특정 교회를 내세울 게 아니라 하나님이라는 한 깃발 아래 모든 욕심이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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