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몽타주 엘리베이터’

  • 입력 2005년 3월 29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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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신기루 만화경
사진 제공 신기루 만화경
엘리베이터는 독특한 공간이다. 언제든지 다른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노출된 공간인 동시에, 지극히 폐쇄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은연중에 사람들은 많은 정보를 노출하기도 한다.

소극장 혜화동 1번지에서 공연 중인 ‘몽타주 엘리베이터’(사진)는 바로 이런 엘리베이터의 특성을 잘 포착해 낸 작품이다. 이 연극의 무대는 단 하나, 평범한 아파트 엘리베이터다. 공연 내내 이 엘리베이터는 200번 이상 열리고 닫힌다. 여기에 교사 대학생 주부 노인 배달부 자동차수리공 샐러리맨 청소부 취객 등 19명의 배우들이 끊임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린다.

무대의 엘리베이터는 내부 공간이 객석 쪽으로 향하도록 돼 있어 관객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엿보는’ 꼴이 된다.

엘리베이터 안의 거울을 보고 옷매무시를 가다듬는 여자, 코를 후비는 남자 등 사람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모습을 엿보는 재미에서 이 연극은 출발한다. 그러나 연극이 진행됨에 따라 인물들이 주고받는 단편적 대사나 행동을 통해 제목에 붙은 ‘몽타주’라는 말처럼, 조금씩 사람들의 삶을 맞춰나가 큰 그림을 그려낸다.

관객들은 대학생 커플의 연애이야기, 주말 부부의 삶, 아이를 잃고 정신이 이상해진 여자의 슬픔에 대해 알게 된다. 또 집보다 엘리베이터를 더 편하게 느끼는 직장인, 억눌린 분노를 취객에게 폭력으로 푸는 남자, 거짓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 여자 등은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외로운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코믹한 연기와 대사는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지만, 2시간 내내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닫히는 비슷한 상황만 반복되다 보니 중반 부분은 다소 길게 느껴진다. 최근 영화에서 뜨고 있는 오달수는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관객을 웃긴다. 이해제 연출. 4월 3일까지. 월∼금 7시 반, 토 일 4시 반, 7시 반. 1만5000원. 02-762-0810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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