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대재앙]“큰 나라들이 더하네” 美-中 지원규모 논란

  • 입력 2004년 12월 30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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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지진해일 참사에 스페인 영국 독일 등이 수천만 달러의 지원을 선뜻 약속하고 나선 데 반해 미국과 중국이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국제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

노르웨이 출신의 얀 에겔란트 유엔 인도지원담당 사무차장이 29일 “부자 나라들이 더 인색하다”고 미국을 비난하자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공세적 대응에 나섰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매우 후하고 인정 많은 나라”라며 “그 사람은 (상황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 근거로 2004년 재해지역 구호자금으로 미국이 24억 달러를 제공했고, 이는 전 세계 구호자금의 40%를 차지한다고 주장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이에 앞서 주요 방송사를 순회하며 토크쇼에 출연해 “에겔란트 사무차장이 그 말을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미국은 (현재 약속한 3500만 달러 이외에) 피해 국가에 수십억 달러를 추가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30일 ‘미국이 인색한 것은 맞다’라는 사설에서 미국이 뒤늦게 늘린 지원금 3500만 달러도 ‘바다에 물 한 방울 보태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부시 대통령 2기 취임식 준비위원회는 취임식 비용 조달을 위해 모금하려는 돈만 해도 4000만∼5000만 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중국이 지원하기로 한 260만 달러도 대만의 절반은 물론 홍콩의 한 기업인이 약속한 310만 달러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스리랑카에 보내겠다고 한 15명의 의료진도 언제 출발할지 기약이 없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시아에서 정치 경제적 발언권 확대를 모색 중인 중국이 이번에는 상당히 어색한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한 국제문제 전문가는 “중국으로서는 이번 재난이 외교관계 진전을 위한 훌륭한 기회인데도 자연재해를 국제 문제의 맥락에서 다뤄 본 경험이 없다 보니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박혜윤 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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