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18>주변(周邊)

  • 입력 2004년 10월 21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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周의 갑골문(왼쪽 그림) 형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어떤 이는 砂金(사금)을 채취하는 뜰채를 그렸다고 하며 어떤 이는 물체에 稠密(조밀)하게 조각해 놓은 모습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稠나 凋 등과의 관계를 고려해 볼 때 이는 밭(田·전)에다 곡식을 빼곡히 심어 놓은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곡식을 밭에 빼곡히 심어 놓은 것처럼 ‘稠密하다’가 周의 원래 뜻이었는데, 이후 나라이름으로 쓰이게 되자 원래 뜻을 나타낼 때에는 禾(벼 화)를 더한 稠로 분화함으로써 그것이 곡식임을 구체화했다. 또 빙(얼음 빙)이 더해진 凋는 빼곡히 자란 곡식(周)이 얼음(빙) 같은 서리를 맞아 시들어가는 모습으로부터 ‘시들다’의 뜻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또 周나라는 그 시조를 ‘곡식(稷·직)의 신(后·후)’이라는 의미의 后稷(후직)으로 설정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周는 곡식을 숭배하는 국가였고, 중국의 경우 周나라에 들면서 정착농경이 확고히 자리 잡게 되었고 그 때문에 周가 나라이름으로 쓰일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周의 갑골문 자형은 이후 국(나라 국)이 더해져 지금의 周가 되었다. 국이 더해진 것은 周가 ‘조밀함’의 뜻으로부터 확장되어 나라이름으로 쓰이자 성곽을 형상한 국을 더해 각각의 의미를 구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 뒤 周는 다시 여러 뜻으로 파생됐다. 첫째가 周邊이라는 뜻인데, 그것은 성을 중심으로 국가를 형성했던 고대 중국에서 중심지에 식량을 제공하는 경작지는 성을 둘러싼 ‘주변’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 주변까지를 아우른다는 ‘두루’의 의미가, 곡식의 수확에서 수확까지의 한 주기로 확장돼 週期(주기)라는 의미까지 생겨났다.

邊은 금문(오른쪽 그림)에서 착과 [으로 구성되었는데, [은 소리부도 겸한다. 착은 어떤 곳으로의 이동을 의미하고, [은 시신의 해골만 따로 분리해 코(自)의 구멍(穴·혈)을 위로 향하게 해 구석진 곳(方·방)에 안치하던 옛날의 촉루棚(촉루붕)의 습속을 반영한 글자다. 그래서 邊은 시신의 해골만 분리해 구석진 곳으로 옮긴다는 뜻에서 ‘가’나 ‘변두리’의 의미를 갖게 됐다.

상나라의 후기 수도였던 하남성 殷墟(은허)의 많은 무덤에서는 당시 가장 강력한 적이었던 羌族(강족) 등을 포로로 잡아 목을 자르고 해골만 따로 모아 가지런히 정리해 놓은 유적이 자주 발견되는데, 이것이 바로 촉루棚의 존재를 확인해 준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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