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17>초점(焦點)

  • 입력 2004년 10월 19일 18시 41분


코멘트
焦는 금문(왼쪽 그림)에서 추와 火(불 화)로 구성되어 새(추)를 불(火)에 굽고 있는 모습으로부터 ‘굽다’는 의미를 그려냈다. 이후 굽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부터 ‘황흑색’이나 ‘파삭파삭하다’ 등의 뜻이 나왔다. 새는 돼지나 닭 등 다른 가축과는 달리 크기가 작았기 때문에 한눈을 팔았다가는 모두 태워먹기 십상이다. 그래서 焦에는 불을 크게 피웠다 새를 다 태워버릴까 안절부절 조바심을 내다는 뜻에서 焦燥(초조)의 뜻이 나왔다. 따라서 焦에는 절대 한눈팔지 말고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가 스며있다.

點은 의미부인 黑과 소리부인 占으로 이루어졌는데, 黑은 갑골문에서 墨刑(묵형·이마에 먹물을 들이던 고대의 형벌)을 한 모습으로 ‘검다’는 뜻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占은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卜과 口(입 구)로 결합된 모습인데, 卜은 옛날 점을 칠 때 불로 지진 거북딱지나 동물 뼈가 갈라지면서 생기는 흔적을 상형한 글자이고, 口는 그러한 흔적을 보고 길흉을 해석함을 의미한다. 갑골문의 다른 자형에서는 占의 의미를 더욱 강조하기 위해 동물 뼈의 형상을 더해 놓은 경우도 있는데, 그것은 동물 뼈가 거북딱지와 함께 占卜에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占은 ‘점치다’는 뜻을 가지며, 갈라진 형상을 보고 점괘를 해석한다는 의미에서 ‘살펴보다’는 뜻도 나왔는데 점(볼 점)은 바로 사람(人·인)이 갈라지는 형상에 근거해 길흉을 점친다(占)는 뜻이다.

점을 치기 위해 거북딱지나 동물 뼈를 불로 지지면 갈라지는 흔적이 나타나게 된다. 그로부터 占에는 ‘있다’나 占有(점유)에서와 같이 ‘차지하다’는 뜻이, 다시 ‘자리’의 뜻이 나왔다. 그래서 점(거적 점)은 풀로 만든 ‘자리’를 말하며, 帖(표제 첩)은 기둥이나 바람벽에 써 붙이는 글귀를, 粘(끈끈할 점)이나 점(찰질 점)은 무엇인가를 붙일 수 있는 끈적끈적한 성질을 말한다.

그렇게 볼 때 點은 ‘먹물(黑)이 찍힌 자리나 지점(占)’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點에서의 占은 의미의 결정에도 관여하게 된다. 點은 이후 地點(지점)이나 斑點(반점)의 뜻으로부터 長短點(장단점)에서처럼 사물의 어떤 ‘부분’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그래서 焦點은 먹물을 찍어 정확히 표시해 놓은 어떤 지점(點)을 한눈팔지 않고 집중하다(焦)는 뜻으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나 시선이 한곳으로 모이는 사물의 중심이나 문제점을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