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재동/입양을 꺼리는 사회

입력 2004-08-03 19:19수정 2009-10-0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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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랑 헤어지는 전날 밤 아무도 모르는 동네 야산에 올라가 혼자 실컷 울지. 남들이 보면 ‘남이 버린 자식 키워 보내면서 왜 우느냐’고 흉을 보거든….”

4일부터 열리는 ‘2004 세계입양인대회-다함께’를 맞아 국내 입양 현실을 취재하면서 20여년간 입양아들을 키워 온 ‘베테랑’ 위탁모들을 만났다.

입양 역사의 산증인인 이들로부터 듣게 된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업고 나가면 ‘쟤 고아래’ 그 소리가 제일 듣기 싫었어. 남들이 물어보면 애써 내 자식이라고 둘러대기도 한다고….”

전통적인 가족혈통주의에 뿌리를 둔 입양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낄 수 있었다.

지난 50년간 무려 20여만명을 해외로 내보낸 한국은 이들로 인해 ‘인구학적 지형도’마저 바뀌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 최대의 ‘고아 수출국’이었다.

어떻게 보면 입양이라는 문제를 깊숙이 성찰할 수 있는 세월과 경험이었다. 하지만 고질적인 편견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과연 우리 사회가 이 해외입양인들을 따뜻하게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지 매우 회의적이다.

아직도 국내 입양이 해외 입양의 절반 정도에 머물고 있고 그나마 이 중에서도 공개 입양은 찾아보기 힘들다.

“입양이 자랑거리냐”며 조롱을 받기도 하고 “왜 사서 고생하느냐”는 ‘불편한’ 걱정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때론 이웃들에게 입양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아기수첩과 가방 등을 꼬박꼬박 챙겨 집안에 진열하는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애써 배가 부른 것처럼 보이기 위해 달수를 억지로 계산해 배에 스펀지를 넣기도 하고 입양한 뒤에는 입양 사실을 감추기 위해 아예 이사를 해 버린다는 것. 모두가 ‘주워 온 아이’를 본능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풍경이다.

이번 행사를 맞아 친부모를 찾으려고 한국에 온 한 해외입양인은 “외국에서 살면서 입양아에 대한 차별은 전혀 받아 본 적 없다”, “입양인 대부분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으니 차별이나 동정, 어느 것도 필요치 않다”고 당당히 말했다.

입양, 이젠 정말 편견을 버려야 할 때다.

유재동 사회1부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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